[지지대] 국민정서 게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적격자를 선발하기 위해 교육부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것으로, 지난 1994년부터 행해지고 있다. 95학년도와 96학년도 두 차례에 걸쳐 200점 만점, 전·후반기로 나눠 진행됐으나 97학년도부터 400점 만점에 한 차례 실시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그리고 그해(1997학년도) 변별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불수능’으로 치러졌고, 290점대 후반이면 서울대 일부 학과에 입학할 수 있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수능이 치러지기 전에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말이 있다. “학교 수업에 충실하면 고득점을 노려볼 수 있다”고.

 

2024학년도 수능을 150여일 앞두고 대한민국이 뜨겁다. 대한민국에서 교육 및 군대 문제는 법 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정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수능에서 출제를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도록 하라는 발언을 했고, 이는 대한민국을 혼돈의 세계로 밀어 넣었다.

 

강남 대치동과 노량진 등은 사교육 카르텔의 중심이 됐고, 교육과정 밖 킬러 문제는 연일 뜨거운 감자로 입시를 앞둔 학생과 학부모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언급한 사항인지라, 수능 출제위원들 역시 올해 수능을 어떻게 출제할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이 틀린 말은 아니다. 공교육을 바로잡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사교육이 공교육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런데 문제는 시기다. 현재의 시스템으로 초·중·고교를 보낸 예비 수험생들에게 작금의 상황은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과연 공교육만으로 변별력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까. 혹은 상향이 아닌 하향 평준화의 시발점이 되는 것은 아닐까. 백년지대계 교육은 국민정서와의 합일점이 우선이다. 모두가 이기는 게임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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