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33번째 한강교량, 구리대교로 명명 논리와 전략

image
안승남 前 구리시장

한강에 33번째로 들어설 새 다리 이름을 두고 경기 구리시는 ‘구리대교’라 명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서울 강동구는 ‘고덕대교’라 명명해야 한다며 뜨겁게 대립하고 있다.

 

구리시의 논리는 이 교량이 설치되는 한강 구간의 87% 이상이 행정구역상 구리시이므로 당연히 구리대교로 명명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강동구는 이 교량의 가칭이 고덕대교로 불리며 교량 설계상 시작점을 고덕동으로 해 공사가 진행됐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먼저 전 구리시장이자 구리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구리대교 명명을 위해 여야 할 것 없이 힘쓰고 있는 구리시 지역 정치인들과 시민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런데 4년간 시정을 운영하면서 경기주택도시공사(GH) 본사 유치 성공 등의 경험에 비춰 보면 구리대교 명명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행정구역의 87% 이상이라는 이유보다 더 치밀한 전략과 논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도로, 교량 등 인공지명의 부여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자연·인공지명 정비 및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을 따르는데 지명 부여의 기본원칙으로 ‘지역의 정체성, 역사성 및 장소의 의미 등을 반영하는 지명을 존중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교량의 지역의 정체성, 역사성 및 장소의 의미가 무엇인가부터 살펴보자.

 

첫째, 이 교량은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일반 교량이 아니다. 이 교량은 ‘구리포천민자고속도로’와 ‘서울세종고속도로’를 연결하는 교량이다. 그런데 원래 이 2개의 고속도로는 처음부터 하나가 아니었다.

 

경기 구리시 토평동 497-3번지를 ‘기점’으로 하는 구리포천고속도로는 지난 2002년 민간제안사업으로 출발해 2008년 대통령령 제21123호 ‘고속국도 노선 지정령’에 따라 고속국도 제19호선으로 지정됐으나 개통을 앞둔 2016년도 말 구리시 토평동 494-4번지를 ‘종점’으로 해 뒤늦게 출발한 서울세종고속도로(구리~안성)와 하나로 합쳐 ‘세종포천고속도로’라 명명하고 노선 번호를 제29호로 변경해 지정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교량의 정체성과 장소의 의미가 구리포천고속도로와 서울세종고속도로(구리~안성)가 각각의 기점과 종점인 구리에서 만나는 것이므로 이 교량의 명칭은 당연히 구리대교가 돼야 할 것이고, 이 교량이 개통돼 고속국도 제29호선 세종포천고속도로가 포천부터 안성까지 연결되면 구리시는 더 이상 기점도 종점도 아닌 그저 경유지 도시 중 하나가 될 것이기 때문에 이 교량의 명칭으로라도 역사성과 상징성을 남겨야만 한다.

 

만약 이 교량의 명칭이 고덕대교로 명명된다면 이러한 ‘지역의 정체성, 역사성 및 장소의 의미’가 영원히 역사의 뒤편으로 묻혀 버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력히 어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이 교량과 구리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깊은 인연이 있다는 점도 적극 어필할 필요가 있다.

 

때는 지난 2010년 10월13일로 국토부 및 고속도로 우선협상대상자와 구리포천고속도로 노선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 도로정책관이 참석한 가운데 합의문에 ‘국토해양부는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와 경부 제2고속도로를 연결하는 한강교량이 최대한 경관교량이 되도록 한다’는 문구를 담았다.

 

이로 인해 이 교량이 주탑 높이 165m, 세계 최장인 540m의 주경간장의 2주탑 콘크리트 사장교로 설계돼 지금의 우람한 위용을 자랑하게 된 배경에는 구리시가 일정 부분 기여한 바가 있다고 봄이 타당할 것이다.

 

비록 이제 시청을 떠나 평범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온 전임 시장의 생각이지만 구리시 공직자들이 이러한 논리를 빈틈없이 잘 정리한 전략을 세워 국가지명위원회 심의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당부하면서 33번째 한강 횡단 교량이 당당히 ‘구리대교’로 명명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