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조사중인 과거사 210건 중 166건, 유족 대부분 고령... 증거 수집 어려워 아직 진실규명된 사건은 한 건도 없어... 민간인 피해 인정 범위 확대 보상 촉구
6·25전쟁으로 희생된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유족들이 여전히 가족을 잃은 고통 속에 사는 가운데, 이들이 받은 피해에 대한 진정한 배상·보상이 이뤄지기 위해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폭 넓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의 피해자 인정 범위를 보다 넓게 조정하고 경기도의 적극적인 피해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1일 진화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출범한 제2기 진화위(2020년 12월~2024년 5월)에 진실 규명이 접수된 과거사 사건 총 2만92건 중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은 1만3천991건으로 전체의 70%에 달한다. 이 중 경기도민이 접수한 경기도 사건은 210건이며 현재 166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진실이 규명된 사건은 아직 한 건도 없다.
진화위는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제적등본, 경찰 기록, 족보 등 ‘증거’가 있거나 생존자 혹은 목격자의 진술 등 ‘증인’이 있는 경우 진실 규명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6·25전쟁 민간인 학살 피해자가 생존해 있는 경우가 극히 적은 데다 유족들도 고령이거나 문맹인 경우가 많아 이들조차 증거·증인을 수집하기 어려운 상태인 경우가 대다수다. 특히 전쟁이 발발한 지 73년이 지났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도 부족한 실정이다.
6·25전쟁이 발발한 뒤 부역 혐의로 5세 때 아버지를 잃은 최견식씨(78·여주시)는 “주변에 학살 피해자의 유족이 많지만 증거가 불충분하거나 입증이 어려워 각하된 경우가 많다. 유족들은 상처를 두 번 받는 셈”이라며 “진화위가 학살 피해 정황 등의 범위를 보다 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피해 지원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경기도는 민간인 학살 피해자 유족회에 대한 위령제 사업 외에 추진하는 사업이 없다. 이마저 지난 2018년 4개의 단체를 지원하던 데서 최근 3개의 단체를 지원하는 데 그칠 뿐이다. 경기도는 지난 2021년 진화위의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사업의 지자체 수요조사에도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충북 충주시는 최근 국민보도연맹사건 등과 관련해 민간인 희생자의 자체 유해 발굴 사업을 시작했다. 유해의 DNA 등을 대조한 자료는 유족들이 진화위로부터 진실 규명 결정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전북 전주시 역시 지난 2019년부터 유해 발굴 사업을 추진 중이며, 대전시는 지난해 유해 발굴 사업을 마무리한 뒤 피해자를 추모할 수 있는 ‘산내평화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 교수는 “세월이 많이 흘러 생존자나 정부 자료 등이 확보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학살 인정 부분을 넓게 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자체는 추모사업을 하거나 평화 교육으로 평화 감수성, 역사 이해, 시민의식을 높이는 사업 등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6·25전쟁 참전 전사자 등에 대한 피해 지원은 있다. 그러나 민간인 학살 피해자의 경우 민간인의 범주를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등이 있어 관련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경기도가 할 수 있는 지원 등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경기ON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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