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사가 함께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이제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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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기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역본부 안전보건체계지원부장

최근 전면적으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2020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022년 1월) 등 안전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강화했으나 우리나라 사고사망만인율은 0.4~0.5% 수준에서 몇 년째 정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중대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2022년 산업현장에서 업무상 사고로 874명이 사망해 오히려 전년 대비 46명이 증가했다.

 

지난해 발생한 사망사고를 유형별로 분석하면 추락(36.8%), 부딪힘(10.5%), 끼임(10.3%) 등 기본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가 전체의 약 60% 를 차지하고 있는데 주요 원인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사업장 스스로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역량 부족이다. 그동안 규제기관이 안전보건 관련 법령에 따라 규제와 처벌 중심으로 지도·점검한 결과 산업현장은 타율적 규제에 길들여져 자체적으로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 개선하는 시스템과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 인식의 결핍이다. 사망사고 예방을 위해 사업장 내 모든 주체의 참여가 중요하나 산업안전보건 책임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일로만 여기고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책임은 안전보건 담당자 등 일부 특정인에게만 있다고 인식하고, 안전은 근로자에게 ‘권리’이자 ‘의무’임에도 그동안 사업주 책임에 부가된 근로자의 ‘권리’를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근로자는 스스로를 보호 대상으로만 여기고 안전보건 주체로서의 현장 참여 및 실천적 행동이 부족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안전문화 수준 미달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작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68차 무역개발이사회에서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했으나 우리나라 사망사고 현황은 영국의 1970년대, 독일·일본의 1990년대 수준으로 경제적 수준에 비해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의식과 문화는 여전히 성숙되지 않아 ‘생산’ 우선 관행과 ‘빨리빨리’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고 작업자는 산업현장 내에 잠재된 위험을 보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안전의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잠재된 위험을 보는 눈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같이 사업장의 산재예방 역량 개발, 안전의식 및 안전문화 향상 등 우리나라 안전보건에 대한 현안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서 정부는 지난해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행복한 대한민국’ 만들기를 위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로드맵의 핵심은 자기규율 예방체계의 도입이다.

 

자기규율 예방체계는 정부가 제시하는 규정을 토대로 노사가 함께 사업장 특성에 맞는 자체 규범을 마련하고 평상 시에는 위험성 평가를 핵심 수단으로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스스로 발굴·제거하고, 사고 발생 시에는 기업의 예방 노력 적정성을 엄정히 따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는 안전관리 방식을 의미한다.

 

기존의 안전관리 방식은 규제기관, 담당자, 관리감독자 등이 사업장을 순회하며 유해·위험요인을 도출해 개선하는 단편적 관리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사업장 최고경영자가 안전보건에 대한 의지 표현으로 안전보건방침을 선언 후 계획을 수립하고(Plan), 이를 실행 및 운영(Do)하고, 계획대로 진행되는가를 주기적으로 점검 및 시정 조치하며(Check), 그 결과를 최고경영자가 검토하고 개선하는(Action) P-D-C-A 순환 과정을 통해 지속적인 개선이 이뤄지도록 하는 체계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2024년 1월27일부터 적용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동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안전보건관리 체계의 7대 핵심 요소 ▲경영자 리더십 ▲근로자의 참여 ▲위험요인 파악 ▲위험요인 제거·대체 및 통제 ▲비상조치계획 수립 ▲도급·용역·위탁 시 안전보건 확보 ▲평가 및 개선)에 대한 규정을 제정하고, 인력 및 예산을 확보하고, P-D-C-A 개념을 기본으로 한 위험성 평가 중심의 안전보건관리 활동을 조속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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