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석탄, 석유, 가스 중심의 탄소경제로 인한 기후·에너지 위기 속에서 생존경쟁에 돌입했다.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대항해 시대는 노예노동에 의존한 지중해 체제에서 자연 에너지(바람)를 이용하는 새로운 지평을 실현함으로써 ‘파괴적 혁신’을 주도했다. 또다시 지구는 화석의 종말을 재촉하면서 태양과 바람 에너지로부터 희망을 찾고 있다.
최근 RE100 비전 선포식에서 경기도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 ‘산단 태양광 중심의 9GW 발전 설비 확충’, ‘에너지 기회 소득’,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제시했다. 발전 비중 30%란 '21년 기준 경기도의 발전 설비 (20.3GW) 가운데 6.08GW, 발전량 (82.23TWh) 중 24.66TWh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향후 7년간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와 발전량이 최소 3배, 6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공공기관 신재생에너지 100% 실현’은 경기도와 지자체의 결정만 있으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공은 시청과 의회 그리고 시민회관 등 인접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마이크로 그리드 형태의 분산형 전원시스템을 기업과 주민이 함께 설계함으로써 공공기관 RE100을 구체화해야 한다. 2022년 경기도내에서 사용한 관공용 전력(지자체 청사, 공공기관 등) 2천241.2GWh를 태양광으로 충당할 때 최소 1.5GW 이상의 발전 설비가 필요하다.
경기도가 제안한 ‘에너지 기회 소득’은 전력 생산뿐만 아니라 ‘전력유통’, ‘설비유지관리’, ‘데이터 기반 유연한 계통망 관리’ 등 전력시장 전반에서 실현될 수 있다. 2023년 5월 현재 한전에 따르면 용인, 수원, 안산, 고양, 가평지역은 송·배전망의 여유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경기도가 ‘에너지 기회 소득’을 실현을 위해 기존의 독점적 전력망의 활용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반응(DR)’,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 등 지역별 분산형 전력산업 생태계 구축에 필요한 제도적 혁신을 적극 시도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탈탄소 에너지체계를 구축하면서 산업구조를 개선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녹색 일자리와 새로운 소득 기회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RE100과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 설비보급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전력산업 전반에 걸친 물리적, 제도적, 기술적 생태계 혁신이 필요하다. 기후변화는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제의 핵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제 정부와 지자체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적극적인 공공투자와 제도 개선을 통해 일자리와 소득 창출의 기회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시대가 변하면 대응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토끼를 잡으려면 미끼와 그물을 준비하고, 길목에 대한 사전 숙지가 필요하다. 수주대토(守株待兎)하듯 요행을 바란다면 주민의 삶은 위기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일부 사람들은 태양광, 풍력발전을 확대하면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태양광, 풍력발전의 출력 제한이 빈번해지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이제 경기도와 지자체는 공공기관(부지) RE100 이행 과정에서 제도 개선과 인력 양성 및 투자 지원에 관한 명확한 시그널을 보여줌으로써 민간과 기업이 전력시장 개편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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