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중립을 위한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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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철 에코루션연구소장

눈길 걸어갈 때

발걸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마라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踏雪野中去 (서산대사)

 

지난 4월11일 대통령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제1차 국가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2023~2042년)’을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했다. 주요 내용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7억2천700만t→4억3천600만t)는 재확인했으나 산업 부문에 대한 축소(14.5%→11.4%)와 원전과 탄소포집·저장·활용기술(CCUS), 국제감축 등 불확실한 이행 전략으로 논란을 촉발했다. 또 단계별 감축 목표와 관련해 현 정부 임기 동안 2018년 대비 8천340만t, 임기 후(2027~2030년) 1억6천630만t을 제시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을 차기 정부에 떠넘기는 결정을 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국제사회와 약속한 불가역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선택과 실천만 바라볼 수 없는 실정이다. 글로벌 공급망에 깊숙하게 편입돼 있는 국내 산업구조의 특성상 산업 부문 감축에 대한 태도는 향후 지역경제 활동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강력해지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 ‘유럽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기업 ‘RE100 선언’과 함께 ‘ESG’에 대한 요구와 같은 신보호주의적 경향은 60여년간 형성해온 지역의 산업활동과 경제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국가감축목표 기준이 되는 2018년 경기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8천716만7천t으로 2030년까지 3천486만1천t을 감축해야 한다. 경기도는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의 12%(2018년 기준), 제조업 부문 전력사용량의 25.3%(2021년 기준), 등록 자동차(화물차, 특수차 제외)의 29.4%를 차지하고 있어 향후 5년은 지역 생존을 좌우하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31개 시·군의 계획인구(2030년 혹은 2035년) 규모는 1천789만5천명으로 2018년 대비 36.6% 증가를 목표하고 있다. 이는 인구 증가에 따른 배출량 3천183만t(2018년 1인당 연간 6.6t 가정)의 추가 감축을 의미한다. 즉, 경기도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최대 76.5%(6천670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때 40%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비록 국가계획에서 산업 부문에 대한 국가적 노력을 방치했으나 여전히 2018년 대비 40% 감축 목표는 유효하고 이에 대한 지역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숙제를 미뤄 두고 몰아서 하겠다는 것은 하기 싫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며 몰염치한 행태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으면서 에너지 다소비적 요인(산업, 교통, 난방 등)이 집중된 경기도의 경우 변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사회경제적 패러다임의 구축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공공의 선도적 역할과 소통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만들어가는 데 리더와 공공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공공은 ‘탄소중립’, ‘변화’, ‘기회’ 같은 추상적 개념을 뛰어넘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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