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자 …‘콜록콜록’ 감기 환자 급증 [현장, 그곳&]

최근 변덕을 부리는 날씨와 함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각종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7시30분께 화성시 반송동 야간진료 소아과 병원이 환자와 보호자로 북적거리고 있다. 오민주 기자

 

“아이가 열이 나고 기침을 계속해서 병원에 왔는데 대기만 2시간이네요.”

 

지난 9일 오후 7시30분께 화성시 반송동 야간진료 소아과. 병원에는 영유아부터 초등학생들까지 80여명에 달하는 환자와 보호자로 북적거렸다. 진료실 앞에는 빼곡하게 진료대기 환자 목록이 적혀있었고, 대기하는 환자 수만 30명 가까이 됐다. 예약하지 않으면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간호사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간호사 A씨는 “하루에 300~400명 정도의 호흡기 질환 환자가 왔었는데 3월 중순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오늘 하루만 기침, 가래, 콧물을 호소하는 환자가 600명 넘게 다녀갔다”고 전했다.

 

10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권선구 호매실동의 한 종합병원 내 약국. 호흡기내과에서 목과 코감기 진단을 받고 처방전을 가지고 오는 환자와 종합감기약을 찾는 사람들로 붐볐다. 직장인 김수호씨(가명·41)는 “지난주부터 목이 부어서 연차를 내고 병원에 왔더니 인후염을 동반한 감기 진단을 받았다”며 “3년 동안 감기에 한 번도 안 걸렸는데 마스크를 벗고 다니자마자 고생”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도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천명대로 떨어지며 유행이 안정세로 접어든 가운데 그동안 주춤했던 호흡기 환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근 변덕을 부리는 날씨와 함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각종 호흡기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 소식지’에 따르면 경기지역에서 독감이 의심되는 환자는 올해 13주차(3월26일~4월1일) 기준 외래환자 1천명당 10.8명으로 전주보다 2.1명 늘었다.

 

독감 의사환자분율(외래환자 1천명당 독감 의심 환자 비율)은 지난해 마지막 주(12월 25~31일) 52.7명까지 치솟은 뒤 하락세를 보여 올해 9주(2월26일~3월 4일) 5.7명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10주(3월 5~11일) 7.4명으로 증가한 뒤 11주(3월 12~18일) 8.0명, 12주(3월 19~ 25일) 8.7명, 13주(3월 26일 ~4월1일) 10.8명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7~12세 연령대가 20.8명으로 가장 높았고 13~18세도 19.8명으로, 호흡기 질환 환자 중 어린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마스크를 벗고 바이러스에 노출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기본적인 위생 수칙을 지키면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져 있어 감염에 더 취약한 상태”라며 “밀폐된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자주 손을 씻는 습관을 지니면 예방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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