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주변 불법 노점·적치물 ‘빼곡’ 골든타임 내 도착 못하면 큰불 우려 道소방본부 “길 터주기 훈련 지속”
“가뜩이나 좁은 도로에 무방비로 불법 주차된 차들까지…화재라도 나면 속수무책이죠.”
9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지동시장 인근. 상가와 시장 주변에 있는 불법 노점과 적치물을 집중 단속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었지만 이를 무시하듯 트럭 2대가 노상 한켠에 버젓이 불법 주차를 한 상태로 판매대를 설치한 채 물건을 팔고 있었다. 도로 위에는 불법 주차된 차들이 줄지어 서 있어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로 비좁았다. 게다가 도로를 향해 툭 튀어나온 노점의 테이블과 좌판대들로 보행자들은 도로와 인도 사이를 위태롭게 걸어갔다. 건어물 상점을 운영하는 김창수씨(가명·87)는 “평소에도 불법으로 주차된 차들이 많아 단속을 나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소방차가 일찍 도착해도 지나가기 힘든 골목이다. 불이 나면 크게 안 번지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같은 날 성남시 수정구 수진동의 한 골목도 마찬가지. 음식점과 식료품점 등 상가가 몰려 있는 이곳 입구부터 불법으로 주차된 차들이 양옆으로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골목 곳곳에서 상인들과 시민들이 흡연하고 있었지만, 소화전과 옥외 소화기함은 차량과 상인들에게 가려져 있었다.
전통시장 등을 포함한 경기지역 곳곳이 비좁은 도로에 방치된 불법 주청차와 적치물 등으로 인해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곳이 많아 화재 발생 시 대형 참사로 확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소방차 진입이 곤란한 경기도내 지역은 39곳으로 나타났다. 진입이 어려운 사유는 도로 협소가 20곳으로 가장 많았고 상습 주정차 9곳, 고정 장애물 5곳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본보 취재진이 현장을 돌아본 결과, 이 곳들 외에도 불법 주정차된 차들과 적치물들로 좁아진 도로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상습 주정차와 고정 장애물 등의 현장은 언제든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진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곳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2021년 발생한 8천169건의 화재 중 2천건 이상(25%)이 주거지역에서 발생했는데, 대부분 목조밀집 지역에 소방차 진입 곤란 구간이 집중돼 있어 화재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차가 골든타임 5분 안에 화재 현장에 도착하지 못하면 큰불로 확산되기 쉽다”며 “시민들에게 화재에 대한 경각심과 안전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화재 발생 시 불법 주정차된 차들로 소방 통로 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화재 현장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전통시장과 주택상가 밀집 지역에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내 하루 평균 화재진압 건수는 23.6건이며 인명피해는 1.9명, 재산 피해는 11억5천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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