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허준 선생 묘소 정비

한반도는 중국의 동쪽이다. 예부터 동방(東邦)으로 불렸던 연유다. 대륙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중국을 능가하는 분야도 있었다. 의학도 그런 분야 중 하나다. 한의를 중국식인 ‘한의(漢醫)’가 아니라 ‘韓醫’를 주창하는 까닭이다. 그 중심에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있다.

 

책 제목의 ‘동의(東醫)’는 중국 동쪽의 의학, 즉 조선의 의학을 뜻한다. ‘보감(寶鑑)’은 ‘보배스러운 거울’이다. 지금도 중국 한의학계가 명저로 인정하고 있다. 조선 의학 전통을 계승해 의학의 표준을 세웠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선정됐다.

 

동의보감은 허준(許浚·1539~1615) 선생 주도로 만들어졌다. 편찬 시기는 1613년(광해군 5년)이었다. 조선은 물론 동아시아 의학을 집대성한 것으로 평가받았던 역저(力著)다.

 

파주시 진동면 하포리에서 허준 선생의 묘소가 발견됐다. 서거 후 4세기가 훌쩍 지난 1991년 9월이었다. 민통선이어서 방문이 쉽지 않았다. 당시에는 봉분과 석물 등이 묘소임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방치돼 있었다. 묘비도 두 동강 났을 정도였다고 한다. 다행히 묘비에 허준 선생의 묘임을 알리는 표기가 남아 있어 판명할 수 있었다. 이후 경기도문화재로 지정됐다.

 

파주시가 허준 선생 묘소에 대한 정비에 나섰다. 종합정비계획 수립용역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용역의 주요 내용은 문화재 관련 자료 수집, 현황 및 실측조사, 문화재 보존·주변 정비·콘텐츠 활용계획 수립, 학술대회 개최를 통한 문화재 가치 제고 등이다. 시는 이를 통해 묘역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효과적인 보존 관리 및 활용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번 종합정비계획 수립용역은 의미가 남다르다. 허준 선생의 묘소는 동의보감과 더불어 역사·문화적 품격을 높여줄 유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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