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등 지자체 현황파악 전무... 추락방지설치 없이 그대로 방치 구조 어려운 깊이… 예방책 필요
“별 생각없이 걷다가 아래로 수십미터가 뚫린 환기구 위에 서 있는 걸 알고 깜짝 놀랐어요.”
10일 오전 11시께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한 인도. 보행자가 많이 지나다니는 이 곳엔 인도와 같은 높이인 환기구가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그대로 노출해 있었다. 고작 환기구 각 모서리에 시선유도봉 만 설치해놓은 탓에 시민들은 무심코 환기구 위를 걸어다녔다. 이 곳 환기구는 철망 아래로 30m 깊이로 뚫려 있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 우지현씨(69)는 “무심코 환기구 위를 지나다니는 시민들이 많지만 이를 제지할 제대로 된 장치는 없다”며 “낙상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가 시급해 보인다”고 불안해 했다.
같은 날 부평구 부평동의 한 인도도 마찬가지.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는 환기구 위로 시민들이 통행하고 있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밖에서 환기구 위로 다니는 사람을 보고 위험하니 옆으로 비켜가라고도 한다”며 “가끔 환기구 추락사고 뉴스를 접하면 남의 일이 아닌 것처럼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인천 인도 곳곳에 안전장치가 미흡한 환기구가 남아 있어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은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환기구는 바닥으로부터 2m 이상의 높이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덮개 등 추락방지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인천에는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은 환기구가 그대로 방치해 있다. 이 규정은 2015년 이후에 설치된 환기구에만 적용되는 탓에 지자체들이 사실상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천시와 인천 군·구 등은 환기구 안전장치 설치 여부는 물론, 환기구 수 등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주민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시선유도봉 등 임시방편으로 조치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환기구 추락 사고는 큰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2015년 이전에 설치한 환기구에 대해서도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10월22일 중구 을왕동의 한 공사장에서는 노동자가 환기구 아래로 떨어져 목과 다리를 크게 다쳤다. 또 지난해 9월 부산에서는 에어컨 실외기 철거 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환기구 아래로 추락해 숨지기도 했다.
조흠학 인제대학교 보건안전공학 교수는 “환기구의 깊이는 20~30m로 추락하면 발견도 구조도 어렵다”며 “지자체에서 임시방편이 아닌 보행자 접근을 차단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동구 관계자는 “관계기관과 안전을 보완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부평구 관계자도 “시민 불편이 있다면 현장 점검을 나가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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