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동작 하나하나 예술로 승화시키는 진정한 춤꾼, 이경화 오연문화예술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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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이사장이 공연을 앞두고 오연문화예술원에서 진도북춤을 연습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우리 춤의 양대산 맥으로 일컬어지는 살풀이춤과 승무는 살을 풀어내 복을 기리고 마음의 염원을 춤으로 풀어 승화시키는 깊은 예술적 가치와 춤의 격을 달리하는 고품격 예술이다. 반면 진도북춤은 민간풍속과 농악에서 발전된 춤으로 흥과 멋이 깃들어 있다. 이경화 오연문화예술원 이사장은 우리나라 춤을 전 세계에 돌며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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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오연문화예술원 이사장이 강연을 하는 모습. 윤원규기자

 

여주시가 사랑하는 춤꾼,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조지훈 시인이 쓴 ‘승무’에 이런 구절이 있다.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리 깎은 머리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한국인이라면 이 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얼마나 아름답기에, 얼마나 경이롭기에, 절대적 아름다움을 이토록 표현할까?

 

여주에도 경이롭고, 몸동작 하나하나 예술로, 빛으로 승화시키는 춤꾼이 있다. 바로 이경화 오연문화예술원 이사장이다. 멎는 듯 움직이고, 움직이는 듯 멎는, 그의 몸짓은 인생사 생길 수 있는 괴로움과 번뇌를 모두 씻어 버리기에 충분하다. 사실 이경화 이사장이 더 빛이 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춤’을 통해 장애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윤택하게 만들어 줬다는 점이다.

 

이경화 이사장은 “한때 일이 너무 바빠서 건강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 결국 몸 반쪽이 마비가 된 적이 있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심장 수술까지도 했다. 병원에선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는 말까지 했다. 정말 힘든 시기였다”며 “아팠던 경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장애인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고 했다. 이후 이 이사장은 재활에 온 힘을 쏟은 결과 지금의 건강한 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한다. 바쁜 와중에도 자청해 장애인을 위한 방송 MC를 맡기도 했으며, 장애인과 함께 무대에 서기도 한다. 

 

여주, 세계적인 문화예술 블루오션의 최적지

지난해 9월 여주세종국악당에서 ‘여주 시민과 함께하는 춤 江, 행복 출렁’ 공연을 선보인 이경화 이사장은 “여주가 지닌 역사가 하드웨어라면, 여주만이 지닌 특색 있는 예술 공연을 창작하는 것은 우리 몫”이라며 “여주시가 글로벌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하는 데 열정을 쏟고 싶다”고 했다.

 

여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세종대왕릉, 천년 고찰 신륵사와 명성황후 생가, 북벌 정책을 펼친 효종 대왕과 이완 대장, 불교문화 요람지 고달사지와 흔암리 선사유적지 등 많은 문화재와 유적지가 있고 문화예술 공연을 펼칠 수 있는 여주세종국악당이 있어 세계 유명 유적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이 이사장은 “여주는 글로벌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 다른 선진국보다 더 앞서기 위해 우리 것을 배우고 공연할 수 있는 리틀무용단을 설립하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여주 주민들의 ‘흥’과 ‘리듬’, ‘멋’을 자랑할 수 있는 문화공간인 종합문화예술회관을 만들어 시립예술단을 운영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시너지 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최근 열린 점동면민의 날 행사에서 이충우 시장님이 노래를 부르는 과정에서 면민들이 흥과 리듬에 맞춰 춤추며 따라 부르는 모습을 보고 글로벌 문화예술도시로 거듭나는 여주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여주 시민과 함께하는 춤 江, 행복 출렁’ 공연은 이경화 이사장의 ‘민속삼고무’, ‘살풀이춤’, ‘향율’, ‘신바라춤’이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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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이사장. 오연문화예술원 제공

 

바라와 음색의 조화, 세련미 춤사위 아우르는 ‘신바라춤’

특히 ‘신바라춤’은 1984년 이 이사장이 종교적인 색채를 배제하고 전통을 기반으로 새롭게 안무해 예찬을 받았던 춤이다. 이 춤은 한국의 고유한 리듬을 가지고 새롭게 작곡한 음악에 맞춰 흥과 세련미가 흐르는 춤사위가 마치 여인의 한이 절제된 몸짓을 통해 기쁨과 슬픔의 여운으로 나타나는 듯하다.

 

추워서 꽁꽁 언 겨울 논밭 속에서도 봄의 기운이 꿈틀거리는 모양새처럼 그의 춤사위는 사뿐하면서도 지긋이 지려밟는 멋이 있다. 또 그의 팔 놀림새는 억지로 꾸미지 않고도 부드럽고 기품이 있으며, 애환이 서려 있다. 손짓 하나하나 섬세하고 정갈하며 깨끗하다. 여기에 다양한 기법의 속도감과 절제미를 멋스럽게 끌어내어 흥을 돋우며, 세련된 춤사위와 함께 우리 춤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신바라춤은 1999년 12월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초연했으며, 국내 저작권협회에(등록번호, 제 C-2021-029663)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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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오연문화예술원 이사장. 윤원규기자

 

전 세계로 우리나라 전통춤을 전수하는 진정한 춤꾼

이경화 이사장은 궁중정재와 전통춤, 민속춤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춤이 가진 정중동(靜中動)의 묘미가 깃든 창작 작품을 만드는 작업에도 일가견이 있어 해외 투어를 통해 우리 춤을 알리고 있다. 특히 그는 유럽에서 전통무용을 하는 춤꾼들에게는 이미 알려진 유명 인사이다.

 

유럽에 있는 한국문화원, 한국문예원, 무용 모임 등 이경화 이사장의 강의가 있다고 소문이 나면, 수강생들은 하던 일도 제쳐 두고 달려올 정도다.  지난해 12월 이 이사장을 중심으로 뭉친 멤버들은 네덜란드한인회 초청으로 암스테르담 스키폴에서 ‘오복인연(五福引延)’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쳤다. 이 이사장을 중심으로 박지혜(음악감독, 피리), 송지현(소리), 이지영(가야금), 정영은(해금), 신지혜(신디) 등 총 6명이 뭉쳐 현지인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이곳에서 이 이사장은 부채춤과 진도북춤을 선뵀다.

 

다른 멤버들은 공연 후 귀국했지만, 그는 다시 영국 한인타운 뉴몰든으로 돌아와 일정을 소화했다. 영국 일정이 끝나면 독일, 이탈리아를 돌며 우리나라 춤을 전파하는 데 여념이 없다. 지난 1월부터 8일까지 독일대사관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한국전통무용 워크숍 주독일한국문화원에서 신바라춤을 강의했다. 이날 재독 동포 김연순 베를린 우리무용단장, 최윤희 이사장 김도미니카 소나무무용단장을 중심으로 재독동포인 김금선·황순자·박화자·김혜영·김옥희·이충순·박병옥·이영우씨 등이 함께했다.

 

올해  전 세계 돌며 우리나라 춤을 알리는데 전념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영국지회와 영국 런던시 해머스미스 시의회(Hammersmith Council)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6.25 참전용사 보은의 날’ 행사에 초청돼, 살풀이춤, 신바라춤, 민속삼고무 등 우리나라 춤을 알리는 다양한 안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일정이 꽉 차 있지만 이경화 이사장이 꼭 이루고 싶은 게 있다. 바로 오스트리아 빈 한국문화원 윤종석 원장을 필두로 장애인예술단과 함께 유럽 4개국 해외 공연을 하는 것. 하지만 장애인의 해외 공연 투어는 현실상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우선 민간인 예술단의 해외 공연은 유네스코 공식 자문 협력 기구인 국제민속축전협의회(CIOFF)의 초청 공연을 허락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일반인 예술단의 해외 공연 투어도 쉽지 않은데, 더군다나 장애인 해외 공연 투어는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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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오연문화예술원 이사장. 윤원규기자

 

오직 ‘춤’만 생각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춤꾼

한국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과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이수자로 지정된 이경화 이사장의 안무에 대해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세계 명장면이 있다. 바로 1988년 서울올림픽 폐막식 장면이다. 이날 폐막식 때 청사초롱을 든 무용수들이 떠나는 사람을 위해 길을 비춰주던 그 장면은 이경화 이사장이 기획한 안무이다. 그는 이때 ‘등불의 안녕’ 안무를 선뵀는데 국내외로 크게 호평받았다. 이 장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장면 중의 명장면이다. 이 이사장은 앞서 1986년 아시안게임 개막식 안무를 맡았으며,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군부대 장병 800여 명에게 개막식 공개 행사인 ‘누리북’ 안무를 지도해 유명세를 치렀다.

 

10년 전 춤에 집중하기 위해 교수 직책과 각종 단체 보직을 다 내려놓고 오직 춤에만 매달렸다. 우리 춤을 전파하고 전수할 수만 있다면 세계 어느 곳이라도 단박에 달려갔다. “이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서는 무대를 기획하고 싶습니다. 아직 국내에는 장애인으로 구성된 프로 단체가 없습니다. 경기도민으로서 경기도에 국내 최초 장애인예술단을 설립하는 게 목표이자 도전입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하는 예술단, 경제활동이 가능한 프로장애인예술단을 지자체에서 운영한다면 장애인 복지도 저절로 좋아질 것이며, 예술 분야 발전에도 틀림없이 좋은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입니다.”

 

어떤 일이든 처음에는 할 수 없을 것 같아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시도해 실패까지 한 경험도 작은 성공인 것이다. 망설이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실패하고 다시 일어난 사람은 이미 무언가를 해낸 사람이다. 바로 이경화 이사장이 그렇다. 인생 자체가 도전인 그녀. 이경화 이사장의 열정과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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