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 운암고·화성 동탄센트럴파크 등 도내 곳곳 안내판 全無 관리 ‘엉망 국내 매년 70여건 지진 발생하는데... 지자체, 관련 지침에도 예산 탓만
“여기가 지진 대피소라구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20일 오전 11시30분께 오산시 운암고등학교. 운암고등학교 운동장은 국민안전재난포털에 지진 옥외대피소로 등록돼 있지만, 고등학교 외부 울타리를 따라 걷는 동안 이 장소가 옥외대피소임을 알 수 있는 표지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근처에 오산 원일중학교 역시 지진 옥외대피소로 지정됐지만 정문에 ‘교육환경유해시설’, ‘금연구역’ 등 다른 안내표지판들이 부착된 것과는 달리 옥외대피소와 관련한 안내판은 없었다.
같은 날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도 상황은 마찬가지. 공원 주변으로 고층 건물뿐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도 밀집해 있어 위급 상황 시 많은 시민이 대피 장소로써 이용해야 하지만 공원이 옥외대피소인지를 알 수 있을 만한 표지판은 전무했다. 인근 주민인 강희옥씨(62)는 “센트럴파크가 지진 옥외대피소라는 걸 처음 들어봤다”며 “안내표지판도 없는데 주민들이 그 장소가 대피소인지 어떻게 아느냐”고 반문했다.
4만6천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튀르키예 대지진 이후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되는 가운데 도내 지진 옥외대피소 일부가 안내표지판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홍보 부족 문제와 직결돼 위급 상황 시 주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기상청이 발간한 ‘2022 지진연보’에 따르면 국내 발생한 2.0 이상 규모의 지진은 2018년 115건, 2019년 88건, 2020년 68건, 2021년 70건, 지난해 77건으로 매년 약 70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지진 옥외대피장소 지정 및 관리지침’에 따라 각 지자체가 지진 발생 시 주민들이 낙하물로부터 안전한 야외 장소로 일시 대피할 수 있도록 지역 내 운동장, 공원 등을 지진 옥외대피장소로 지정 및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관리지침에 근거해 지진 옥외대피장소를 선정하고 주민 및 관광객 등이 쉽게 인식할 수 있는 곳에 안내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 관리지침에는 지진 옥외대피장소가 신규로 지정될 경우 표지판을 즉시 설치해야 함 역시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지만 해당 지자체들은 예산 확보 등을 이유로 새로 지정된 옥외대피소 안내표지판 설치를 미루고 있으며 경기도는 각 시‧군의 옥외대피소 안내표지판 설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한국은 지진 안전지대라고 할 수 없는 만큼 옥외대피소 선정 등 지진 대비가 필요하다”며 “옥외대피소 선정뿐만 아니라 대피소임을 알 수 있도록 표지판이 설치됐는지, 이런 정보들이 시민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 또한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옥외대피소 안내표지판 설치 및 관리 현황을 파악 중”이라며 “각 기초지자체와 협력해 주민반상회 등을 열어 옥외대피소를 알리는 것은 물론 지진 대비를 위한 교육과 정보 전달에 더욱 힘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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