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18세 학생이 고등학교 재학 중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 버스에 실려 어디론가 가는데 함께 버스에 탄 이들은 하나같이 앳된 얼굴의 학생이었다. 입소한 곳은 강원도 화천의 제11공수여단 62연대 산하 유격훈련장.
교육은 구타로 시작됐다. 훈련장에 도착해 군복으로 갈아입은 순간부터 총을 든 군인들이 몽둥이로 마구 때렸다. 연병장으로 가는 계단을 기어서 내려가라 하고는 느리다고 때렸다. 기합 소리가 안 맞는다고, 목소리가 작다고 때리기도 했다. 하루는 중대장의 군홧발에 차이고 또 차여 연병장 끝에서 끝까지 100m를 뒷걸음친 적도 있었다.
43년 전 학생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김모씨(61)의 얘기다. 김씨는 “살면서 그렇게 맞은 적이 없다. 잊을 수 없는 악몽”이라고 몸서리를 쳤다. 그는 지난해 6월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삼청교육이 중대한 인권침해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의 문을 두드렸다. 지갑 속에 삼청교육대 수료증을 보관하고 있었다.
김씨는 제2기 진실화해위가 확인한 삼청교육대 강제 입소 학생 600여명 중 한 명이다. 청소년만 모아놓은 삼청교육대가 제11공수여단에 있었다는 건 그간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김씨는 “수료증을 갖고 있어 다행”이라며 “80년대 전두환 군부 정권이 자행한 학생 삼청교육대의 실체가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삼청교육대는 국가보위비상대책위를 설치해 정권을 찬탈한 신군부가 사회정화를 빌미로 1980년 8월1일 만들었다. 1981년 1월25일 해산하기까지 4만여명이 교육을 받았다. 삼청교육은 폭력범과 사회풍토문란사범을 소탕한다는 명분이었지만 구금과 구타, 강제노역 등 무자비한 인권탄압이 이뤄졌다. 교육 수료자들은 낙인이 찍혀 취업·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도 트라우마로 고통을 받고 있다.
2기 진실화해위가 미처 밝혀내지 못한 진실 규명에 나섰다. 국가폭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낱낱이 밝혀내는 한편 국가로부터의 치유·명예회복·보상도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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