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순다르반스와 맹그로브

순다르반스. 우리에겐 생소한 지명이다. 하지만 환경단체에는 보석 같은 공간이다. 방글라데시 남서부 끝, 벵골만에 위치했다. 갠지스강, 브라마푸트라강, 메그나강 등이 만나는 삼각주다.

 

이곳을 더욱 소중하게 만드는 건 수생식물인 맹그로브의 군락지라는 점이다. 순다르반스에서 맹그로브숲 전체 면적이 약 1천400㎢에 이른다. 맹그로브는 조석 수로와 갯벌, 염분 등에 잘 견딘다. 그래서 지구촌의 숱한 멸종위기 동식물들이 이곳에서 서식 중이다. 현재까지 지속적인 생태 과정의 뛰어난 예를 보여주는 교과서 같은 곳이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도 지정됐다.

 

맹그로브는 아열대나 열대지방 해변 및 하구 습지 등지에서 자라는 관목이다. 조수에 따라 물속에 잠기기도 하고 나오기도 한다. 특수한 호흡근이 있고 어떤 종은 종자가 모체에서 발아하는 태생종자(胎生種子)를 갖췄다.

 

순다르반스는 노출된 모래톱을 포함한 토지 면적이 전체 면적의 70%가량을 차지한다. 나머지 부분은 수역으로 이뤄졌다. 경관도 웅장하고 빼어나다. 무엇보다 동식물의 높은 다양성으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고대 유산을 간직한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거대한 맹그로브숲은 실제로는 모양과 크기가 다른 여러 섬이 모자이크 형태로 이어져 있다. 미로처럼 얽힌 수로와 민물로 끊임없이 씻겨진다. 육상동물과 수생·해양동물의 훌륭한 서식지인 까닭이다. 벵골호랑이, 인도악어, 인도왕뱀, 이라와디돌고래 등의 낙원이다.

 

이곳은 한마디로 맹그로브의 영토다. 이 녀석들이 튼실하게 바닷물과 바람, 뜨거운 햇볕 등을 막아주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이곳도 없다. 인간은 늘 자연으로부터 배운다. 끝없는 갈등과 탐욕의 세상이 순다르반스로부터 깨쳐야 할 점은 명쾌하다. 모든 악의 근원은 배려를 망각한 정치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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