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의 한 작가가 정부의 부실한 구호 조치에 날을 세웠다. 오르한 파무크다. 2006년 ‘검은 책’이라는 장편소설로 조국에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작가여서 울림이 묵직하다.
외신에 따르면 그는 미국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이 피해 지역에서 수백마일 떨어진 도로에 몇 시간째 멈춰 있었다.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자 시민들이 공무차량과 경찰, 공무원 등의 길을 막고 항의했다”고 비판했다. 이 나라와 이웃 나라인 시리아에선 지진 참사로 인한 희생자가 14일 기준으로 이미 3만7천명을 넘겼다. 그는 “처음 규모 7.8의 지진이 한밤중에 발생한 지 9시간 만에 규모 7.5의 지진이 뒤따랐을 때 종말론적인 수준이었다”고 했다. 군중들은 도움을 요청하고 음식을 찾으려 거리를 헤맸고, 폐허가 된 16층 건물의 잔해들을 맨손으로 파헤치고, 피난처가 될 공간을 찾았다고 전했다.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로 촬영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은 종말론적 장면이라고도 말했다.
그의 비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튀르키예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이 1915년 아르메니아인 100만여명과 쿠르드족 13만여명을 학살했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었다. 지난 2001년이었다.
튀르키예 정부는 현재까지도 학살사건을 축소·은폐해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이 발언으로 그는 우파들에게 살인 협박을 받았다. 튀르키예 문학계는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서구권 입맛에 맞는 발언으로 받은 게 아니냐고 맞섰다.
튀르키예는 동양과 서양 경계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문명 간의 충돌, 문화적 정체성의 혼란, 서구화로 인한 전통의 상실 등이 부각돼 왔다. 그는 이런 문제들을 다룬 소설을 꾸준히 발표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지식인들의 쓴소리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한때는 아시아와 유럽을 통치했던 오스만 제국의 후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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