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뒤덮인 빈집… 경기지역 4천여곳 흉물 방치 [현장, 그곳&]

사유재산이라 대부분 처리 어려워, 일부만 정비계획… 대책 마련 시급
벽·문 부서지고 온갖 잡풀들 무성... 도내 우범지대 전락 주민 불편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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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에 4천곳이 넘는 빈집들이 길게는 수년씩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사진은 도내 곳곳에 방치돼 있는 폐가들.  김시범기자

 

“온갖 폐기물과 쓰레기로 뒤덮여 방치된 채 폐허로 남아 있는 저곳을 지나칠 때면 낮에도 스산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5일 오전 10시께 평택시 지산동 일대. 번듯한 새 건물 뒤로 폭격을 맞은 듯 벽과 문이 부서진 빈집이 보였다. 집 안엔 프라이팬, 책상 등 겨우 형태만 알아볼 수 있는 생필품들이 무너진 벽돌과 함께 널브러져 있었으며 쇠문은 페인트칠이 벗겨진 채 녹이 슬어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곳 주민 최금순씨(가명·72·여)는 “언제부턴가 이 집에 아무도 살지 않으면서 낮에도 밤에도 항상 불이 꺼져 있어 지나갈 때마다 너무 무섭다”며 “여기에 사람들이 쓰레기까지 버리고 가면서 동네의 흉물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화성시 향남읍 구문천리의 빈집도 비슷한 상황. 겨울바람에도 쓰러질 것 같아 보이는 빈집 마당엔 무릎 높이의 마른 풀들이 무성했으며 녹이 슨 기계와 누전 차단기, 물통 위로는 한동안 인적이 없었던 듯 흙이 두껍게 뒤덮여 있었다. 마당 곳곳에는 오래된 신발과 바가지 등이 버려져 있어 대낮임에도 으스스한 분위기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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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에 4천곳이 넘는 빈집들이 길게는 수년씩 흉물로 방치되고 있다. 사진은 도내 곳곳에 방치돼 있는 폐가들.  김시범기자

 

경기도내 4천곳이 넘는 빈집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집은 쓰레기 투기장으로 바뀌거나 우범지대로 전락하면서 인근 주민들에게도 불편을 끼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날 도에 따르면 도내 빈집은 지난해 12월 기준 총 4천104가구로 도시 1천650가구, 농촌 2천454가구다. 도는 지자체와 함께 올해 10억원(도비 30%, 시비 70%)을 투입, 약 60가구에 대한 빈집 정비에 나설 계획이지만 여전히 4천가구가 넘는 빈집은 대책 없이 방치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지난해 1월 개정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으로 실태조사, 정비계획 수립, 이행강제금 부과 등 지자체의 권한이 강화됐지만 일선 시·군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다. 빈집이 소유주가 있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실태조사를 해도 소유주가 정비계획을 신청하지 않거나 동의하지 않으면 빈집을 정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해 실태조사를 끝냈지만 일부만 정비 대상으로 확정됐다”며 “빈집이 결국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소유주 본인의 동의를 얻고 정비 신청을 받아야 하는데 대부분 이뤄지지 않아 모든 집을 정비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백인길 대진대 도시부동산공학과 교수는 “지자체가 빈집을 개·보수할 때 이를 매입해야 하는데 소유주와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모든 집을 정비하기엔 사실상 무리일 것”이라면서 “빈집을 서둘러 철거하거나 활용할 수 있도록 소유주가 빈집 정비에 동의할 수 있는 적극적인 인센티브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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