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기능 잃은 ‘도로반사경’… 기울고 찌그러진 채로 방치 [현장, 그곳&]

이천·안성 등 곳곳 관리 ‘엉망’... 시야 확보 못해 사고 위험 노출
설치 현황도 정확히 파악 못해... 道 “관리 한계, 개선할 것

image
먼지가 쌓여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안성시 원곡면 도로반사경. 김시범기자

 

“언제 어디서 차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운전자도 보행자도 모두 불안하기만 합니다.”

 

26일 오전 이천시 백사면 현방리 일대. 교차로가 많은 이곳에는 4개의 반사경이 설치돼 있지만, 4개 모두 찌그러져 있거나 바닥을 비추고 있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곳을 지나는 차량들은 시야 확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위험천만한 모습들을 연출했다. 한 차량은 골목에서 나오다가 우측에서 오는 차량을 발견하지 못한 채 급정거를 하기도 했으며, 달리던 차량 역시 흠칫 놀라며 브레이크를 밟기도 했다.

 

특히 이 교차로 인근에는 어린이집과 학원 등이 인접해 있어 이곳을 지나는 아이들까지 사고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 보였다. 주민 변영진씨(26)는 “오래전부터 반사경이 망가져 있어 종종 사고가 날뻔한 장면을 목격한 적이 있다”며 “주변에 학원과 어린이집이 있어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지만 제대로 된 관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걱정했다.

 

같은 날 안성시 원곡면 일대 도로에 설치된 반사경 2개는 백탁현상(노후화 등으로 인해 뿌옇게 보이는 현상)으로 인해 시야 확보가 전혀 되지 않는 무용지물로 전락한 상태였다. 한 차량이 골목길에서 급히 빠져나가려다 주행 중인 다른 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지나가기도 했다.

 

시야 확보가 어려운 곳에서 오는 차량 등을 확인하기 위해 설치된 도로반사경이 도내 곳곳에 훼손된 채로 방치돼 운전자들은 물론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관리 주체인 지자체는 도로반사경의 설치 현황 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민원이 접수될 경우에만 조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도에서 수리하거나 교체한 도로반사경은 2020년 3건, 2021년 21건, 2022년 2건으로 3년간 총 26개에 불과하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첨단 시설에 예산을 투입하고 관심을 가지다 보니 도로반사경 같은 원시적인 시설 관리가 소홀해진 것 같다”며 “원시적이지만 사고 예방에 효율적인 도로반사경을 철저히 관리해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임의로 설치된 곳도 있고, 설치된 곳이 광범위해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며 “훼손된 곳 일대를 확인해 교체하는 등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