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방식 제각각 전통시장 환급행사…“기다리다 지치고, 가기 힘들고” [현장,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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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구리전통시장 앞에서 시민들이 온누리 상품권 지급처의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서강준기자

 

“환급 한번 받는 게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습니다.”

 

정부가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고령층을 위해 마련한 ‘설맞이 전통시장 환급행사’의 운영방식이 제각각이라 방문객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전통시장은 행사 시간을 공지하지 않거나 고령층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부스를 설치해 행사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오전 9시40분께 구리전통시장의 온누리 상품권 지급처 앞. 노인 5명이 추위에 몸을 웅크린 채 지급처의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었다. 양손에 핫팩을 들고 추위를 견디던 심순자씨(가명·75·여)는 “여기서 바꾸면 된다는 데 문이 닫혀 있어서 기다리고 있다”며 “너무 추운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슷한 시각, 부천신흥시장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펼쳐졌다. 교환 행사는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한다는 직원의 안내에 한참을 기다리던 한 노인은 끝내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상품권 지급처가 고령층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하남신장시장은 온누리 상품권 환급을 받기 위해서는 높고 좁은 계단 수십개를 올라가야만 했다. 계단을 보며 망설이던 한 노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돌아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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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하남신장시장에서 한 시민이 상품권 교환처로 가기 위해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있다 . 서강준기자

 

북수원시장 역시 지급처가 시장상인회 2층에 있어 노인들이 가파른 계단의 난간을 붙잡고 오가고 있었다. 김근형씨(가명·81)는 “다리가 불편해 환급 받기가 어렵다. 노인들을 위한 행사라고 해 놓고 이렇게 불편한 곳에 있으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제로페이를 활용한 할인 혜택을 받기 어려운 고령층을 위해 마련된 행사가 정작 현장에선 배려없는 행사로 전락한 셈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시장마다 상황이 달라 일괄적인 지침을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조율해야 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 상인회 관계자는 “이용시간 공지를 했으나,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시장 입구 등 곳곳에 운영시간을 게시하겠다”고 말했고, 또다른 상인회 관계자는 “마땅한 장소가 없어 2층에 설치했다. 고령층 이용량이 많은 만큼 접근성 좋은 장소로 옮기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전통시장에서 제로페이 이용이 어려운 고령층 위해 지난 14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전통시장에서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진행한다.

 

전통시장에서 국산 농축산물을 구매할 경우 구매 금액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교환권을 지급해 ‘온누리상품권’을 받을 수 있는 행사다. 도내에선 ▲구리전통시장 ▲북수원시장 ▲광주경안시장 ▲못골시장 ▲김포양곡오라니장터 ▲오산오색시장 ▲부천신흥시장 ▲하남신장시장 등 8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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