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소아과 오픈런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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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마트에서 펼친 위스키 행사가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위스키를 사기 위해 매장 문을 열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가 하면, 번호표를 나눠주는 곳도 있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 열풍이 거세지면서 발베니 같은 위스키를 구하기 위해 ‘오픈런’이 벌어진 것이다.

 

오픈런은 ‘Open’과 ‘Run’의 합성어다. ‘매장이 오픈하면 바로 달려간다’라는 뜻으로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 개점 시간을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면 달려가 구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픈런은 뭔가 간절히 원할 때, 때로는 절박할 때 행해진다.

요즘 소아과에서도 오픈런이 벌어지고 있다. 동네의원부터 종합병원까지 소아청소년을 진료하는 의사가 급격히 감소, 아이가 아파도 갈 수 있는 병원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병원이 있어도 2~3시간 대기는 기본이다.

 

2017년 2천229개였던 소아청소년 의원은 지난해 2천111개로 118개 감소했다. 상급종합병원인 인천 가천대길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의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등은 야간진료나 소아환자 응급실 진료를 전면 중단 또는 축소했다.

 

전공의 지원율에서도 소아청소년과의 하락이 급격하다. 2018년 지원율은 101.0%로 정원 대비 지원자가 많았으나 2019년 80%로 미달했고, 2020년 74%, 2022년 27.5%로 떨어지더니, 2023년도 지원율은 15.9%에 그쳤다. 급감한 원인은 저출산에 따른 의료 수요 감소, 부실한 수익 구조, 고된 업무 강도 등 복합적이다.

 

국내 소아과 평균 진료비는 중국, 캄보디아보다 낮은 10달러 수준이다. 의료수가 체계상 소아과는 비급여 항목이 거의 없는 데다, 환자가 아이들이다 보니 진찰 외에 추가로 할 수 있는 처치와 시술이 많지 않다. 출생률이 자꾸 낮아지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 소아과 부족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온종일 아이를 치료하는 것보다 쌍꺼풀 수술 2명 하는 게 수익이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소아과가 붕괴되면 아동 건강안전망이 무너져 내린다.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 건강은 누가 지키나? 근본적인 대책 논의가 없으니 안타깝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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