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청 때리는 소음 고통... 무늬만 방음터널 [현장, 그곳&]

‘제2경인고속도로 참사’ 판박이... 하동IC 고가차도 방음터널 화재
수원-용인 책임 떠넘기기 하다... 사고 2년5개월 만에 예산 확정
복구작업 1년 걸려 ‘피해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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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용인특례시를 잇는 하동IC 고가차도 방음터널이 지난 2020년 8월 화재 발생 이후 현재까지 복구되지 않아 천장이 뚫리고 그을린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남아있다. 표시한 부분이 훼손된 구간. 조주현기자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로 4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2년5개월 전 비슷한 사고로 유명무실해진 하동IC 고가차도 방음터널이 주민들의 소음 고통을 유발하고 있다.

 

더욱이 방음터널 화재가 수원·용인특례시 경계에 걸쳐 발생, 해당 지자체가 복구비용 분담 등을 협의하느라 아직까지 공사가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달 공사를 시작하더라도 완공까진 1년가량이 소요돼 주민들의 고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3일 오전 10시께 하동IC 고가차도 방음터널(수원특례시 영통구 하동 및 용인특례시 수지구 상현동). 지난 2020년 8월20일 한 차량에서 난 불이 방음터널로 확대되면서 해당 터널 구간 500m 중 200m가 소실됐다. 방음터널 천장과 측면의 철제구조물은 검게 그슬린 흔적이 역력한 데다 녹슬고 휘어져 있는 등 도심 속 흉물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더욱이 고가차도 모서리 부분에는 화재 당시 녹아내린 방음터널의 잔해가 시커멓게 굳어 있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화재로 없어진 방음터널 유리 탓에 차량이 달리면서 내는 소음은 고스란히 귀청을 때렸다.

 

실제로 본보가 방음터널과 60여m 떨어진 곳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70dB(데시벨)이 나왔다. 70dB은 수면 방해뿐만 아니라 라디오 등의 청취가 힘든 정도의 소음이다.

 

상황이 이런 탓에 인근 주민들은 25t 덤프트럭 등 대형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방음터널과 약 100m 떨어진 광교마을40단지 아파트에 사는 김상국씨(51·가명)는 “불이 난 직후 업체 관계자들이 와서 견적을 보는 것 같았는데 지금까지 복구가 안 되는 실정”이라며 “이런 문제뿐만 아니라 소음과 매연이 그대로 밖으로 나오는 것 같아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불에 탄 200m 구간 중 100m가 용인시에 위치한 만큼 수원특례시는 해당 지자체와 복구 비용 분담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불이 난 지 2년5개월이 지난 올해 들어서야 수원특례시는 38억원을 본예산안에 반영했다. 같은 해 추가경정예산안에 30억원을 추가로 편성할 예정인 시는 이번 달 안으로 복구 공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지만 공사기간이 1년인 만큼 주민들의 소음 고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지자체 간 경계에 걸친 시설물의 경우 관리 주체는 정해졌으나 사고에 따른 복구 주체는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용인특례시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분담에 난색을 표하면서 협의가 어려웠던 상황”이라면서도 “올해 예산을 편성한 만큼 복구 공사를 진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2월29일 오후 1시49분께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차도 방음터널에서 주행 중이었던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에서 불이 났다. 방음터널로 옮겨 붙은 불로 연기가 이곳 안으로 퍼져 5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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