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따오기 문학공원

울음소리가 처량하다. 얼핏 들으면 까마귀의 그것과도 비슷하다. 천연기념물 제198호다.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따오기의 이력서는 이 처럼 조촐하다. 부리의 감각을 이용해 진흙이나 수초 등을 휘저으며 숨어 있는 벌레와 물고기 등을 찾아 먹는다. 사냥 본능은 왜가리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주로 파괴되지 않은 논과 습지, 늪지 등지에서 서식하는 까닭이다. 그곳에 잡아먹을 벌레들이 많아서다.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내 어머니 가신 나라 달 돋는 나라.’ 일제강점기 아동문학가 백민 한정동(白民 韓晶東·1894~1976) 선생의 동요 ‘따오기’ 노랫말이다. ‘따옥’이란 의성어가 애틋하다. 성함은 낯설다. 하지만 그 엄혹한 시기에도 아름다운 모국어로 정겨운 노랫말을 만들었다. 동요를 통해 독립운동을 하신 셈이다.

▶시흥에 백민 선생을 기리는 ‘따오기 문학공원’이 내년 6월까지 건립(본보 11월21일자 11면)된다. 사업비는 19억여원(토지보상비 포함)이다. 주소는 산현동 1609번지로 4천793㎡ 규모다. 잔디마당과 화장실 등을 비롯해 인근에 이미 건립된 ‘따오기 아동문학관’과 연결하는 길이 38m의 목재 덱(deck)도 조성된다.

▶백민 선생은 시흥에서 출생했거나 활동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곳 천주공원에 잠들어 계신다. 앞서 시흥시는 올해 3월 산현동에 백민 선생을 기리기 위해 동서로 902-20번지 물왕저수지 옆에 ‘따오기 아동문학관’을 건립한 바 있다. 야외에는 어린이 암벽등반 체험존과 따오기캐릭터 포토존 등도 있다.

▶시흥시는 백민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매년 ‘따오기 아동문화제’도 열고 있다. 따오기 아동문화진흥회가 한정동아동문학상도 운영 중이다. ‘따오기 문학공원’과 ‘따오기 아동문학관’이 이 고을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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