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뒤 소화전... 소방시설 인근 불법 주‧정차 여전 [현장, 그곳&]

도내 곳곳 소화전 불법 주차 만연... 긴급 상황 발생 시 큰 피해 우려
전문가 “홍보 통해 인식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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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한 주택가 옥외소화전 앞에 승용차가 불법 주차돼 있다. 이다빈기자

 

“바로 앞 가게에서 물건만 받아올 건데 잠깐 차를 세우는 것도 큰 문제인가요?”

 

28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장안구 정자시장 인근. 시장 입구에 설치된 소화전 앞 도로엔 ‘소방시설 주차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는 듯 차량 3대가 줄지어 정차돼 있었다. 이후에도 소화전 앞엔 시장에 물건을 납품하기 위한 트럭과 승용차 여러 대가 오고 갔으며, 몇몇 운전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소화전 앞에 차를 세우고 시장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소화전 주변 1~2m가량 칠해진 적색 노면 표시 위에는 인근 상점에서 설치한 홍보용 풍선과 이동형 매대가 놓여있었고, 대형 파라솔 3개로 소화전의 사방이 막힌 장면도 포착됐다.

 

같은 날 의왕시 삼동 역시 마트 앞에 설치된 소화전이 봉고차 뒷바퀴에 가려져 있었다. 봉고차 뒤로는 오토바이까지 주차돼 있어 적색 노면 표시도 보이지 않았다. 마트를 이용하기 위해 이곳에 차를 세웠다는 장정식씨(가명·57)는 “마트 내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고 금방 나올 거라서 종종 차를 세운다”며 “어쩔 수 없이 주차하고 금방 차를 빼는 건 문제가 안 되지 않냐”고 반문했다.

 

소화전 인근 불법 주‧정차가 전면 금지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도내 곳곳에서 소화전 인근 불법 주정차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최근 도내 화재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긴급 상황 발생 시 대형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소화전 등 소방시설 5m 이내엔 주‧정차를 할 수 없다. 주‧정차 적발시 승용차는 8만원, 승합자동차는 9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는 일반 불법 주‧정차 과태료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난 2019년 이 같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마련된 것은 화재 발생 상황에서 소화전이 가장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소방대원들은 현장 도착 시 가장 먼저 소화전을 찾아 수관을 연결해야 한다. 소방차에 실려 있는 물이 고갈될 수 있어 안정적인 화재 진압을 위해 소화전을 통한 물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화재 발생 시 소화전 인근에 불법 주‧정차가 돼 있다면 용수를 공급하는 데 시간이 지체되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소화전 인근 불법 주‧정차 신고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 안전신문고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도내 소화전 인근 불법 주‧정차 신고 건수는 2019년 1만7천658건, 2020년 4만597건, 2021년 7만9천298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화전 인근 불법 주‧정차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한 문제인 만큼 지속적인 홍보는 필수”라며 “홍보를 통해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끌어내 시민들이 스스로 불법 주‧정차 감독자가 되도록 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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