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화도 사람이 죽었다. 고향을 떠난 지 10년 만의 일이다. 고인은 물막이 공사가 시작될 때 고향을 떠났다. 계화도에서 같이 지내던 이웃들이 상갓집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그 섬에서 어업에 종사하면서 살다가 전국에 흩어져 사는 이웃들이다.
예전의 이장이었던 태수가 붉어진 눈을 껌벅이며 한마디한다. “아 ~~~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는겨, 갈잎을 먹으면 쓰간디, 그랑께 간거지.” 고인의 친구 호영이가 말을 받는다. “그라게 말여, 우덜중에 젤루 건강하던 정근이가 이렇게 쉽게 갈 줄을 누가 알았능가?” 바다를 떠난 사람들이 제명대로 살지 못하고 한창나이에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탄식하며 하는 말이다.
고인은 섬에서 김을 양식하며 살았다. 새만금강 사업이 시작될 즈음에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건어물 도매상을 차렸다. 송충이가 갈잎을 먹은 것이다. 갈잎 탓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암 투병이 시작됐다. 투병 중에도 전에 방조제 쪽을 바라보며 예전의 섬을 보고 싶다고 하셨다.
계화도 사람들은 당시 섬의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 듯 대화는 계속된다. “이맘때면 생합이며 각종 해산물이 널려 있었는데 지금은 볼 수가 없어졌당께.” “울 엄니는 홀몸으로 뻘질을 해서 6남매를 키웠당께로….” “바지락, 생합, 맛조개 등 뻘에서 나는 해산물을 구하러 전국 장사꾼들이 파시(波市)를 이루었자너. 장관이었지.” “김이며 톳 파래는 또 어떻고? 뻘이 우덜을 먹여살렸는디 강제로 물길을 막아 버렸으니 죄를 받는 것이지, 암만….” 바다를 떠난 섬사람들의 넋두리는 새벽녘까지 이어질 것 같다.
갯벌은 그들에게 논과 밭이었고, 경제적 활동을 위한 삶의 터전이었다. 갯지렁이가 끊임없이 갯벌을 헤집어 사방에 구멍을 내서 산소를 공급하면, 풍부한 유기물과 무기질은 갑각류, 어패류와 같은 바다생물을 키운다. ‘한국의 갯벌’은 학계에서도 각종 생물의 보존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2021년 7월 26일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서해안과 남해안에 있는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은 지질학적, 해양학적, 기후학적으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크다. 이곳에는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22종을 포함해 2천150종의 동식물 등 높은 생물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 또118종의 철새도 서식한다. ‘한국의 갯벌은 지구 생물 보존을 위한 중요한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 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며 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로 한 것이다.
바다는 스스로 생존한다. 세상의 모든 물을 받아들여 스스로 정화하고 수많은 해양생물을 길러낸다. 작열하는 태양빛은 기압 차이를 만들어 태풍을 일으킨다. 태풍은 더럽혀진 바닷속을 깊은 곳까지 뒤집어 깨끗하게 정화해 자연에 돌려준다.
모든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바다는 모든 강줄기를 조건 없이 받아들여 오염된 물을 정화해 지구 곳곳에 물을 뿌려준다. 바다에서는 강렬한 햇빛이 하루에도 수백만t의 수증기를 증발시켜 구름을 만들고, 바람은 구름을 지구 곳곳으로 보내 비를 내리게 한다. 비를 맞고 자란 나무들은 산소를 발생시켜 지구를 숨 쉬게 한다. 바다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인류를 위한 대서사시(大敍事詩)를 쓰고 있었다.
복진세 칼럼니스트·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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