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역의료 발전은 선진국 도약의 초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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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

지방 소멸이 목전에 있다. 최고의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은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욱 빠르고 심각하다. 지방자치의 강화는 오히려 지방 소멸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는 올해 들어 시작한 자치분권 2.0의 선포를 무색하게 한다.

지역에 적정한 인구를 유지하려면 소득, 거주 및 교육기반에 더해 보건의료 기반이 필요하다. 하지만 좁은 국토 면적에도 치료가능 사망률은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응급 중환자는 물론 분만과 소아 진료조차 불가능한 지역이 늘고 있다. 환자의 수도권 집중으로 지역의 대형병원조차 경영 압박에 시달리고 진료 수준 향상을 위한 투자를 망설이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필수적인 보건의료의 형평성 있는 제공을 위해 정부가 하는 일을 ‘공공보건의료’라고 한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필수〈2022〉공공의료 기반 강화는 의료비 부담 완화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국가과제다. 수준 있는 지역의료를 균형 있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적정 시간에 도달할 수 있는 ‘의료기관’과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의료 인력’, 그리고 지속 가능한 ‘재정 지원’이라는 세 요소를 갖춰야 한다.

첫째, 지역에 의료기관이 적정 수준으로 있어야 한다. 2021년 수립한 제2차 공공보건의료기본계획은 전국에 17개 ‘권역책임의료기관’, 70개 중진료권에 ‘지역책임의료기관’을 공공병원 중심으로 지정하고 연계〈2022〉협력을 통해 지역에 필수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민간병원이 없는 곳에는 공공병원을 짓고, 기존의 병원은 부족한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공공적 역할을 원하는 민간병원은 적절한 지원을 통해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둘째, 지역의료 인력의 안정적 수급 방안 마련이다. 우리나라 의사 부족은 국가의료의 재난을 경고할 정도로 심각하다.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4.1명)의 60%(2.3명)에도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미용〈2022〉성형〈2022〉통증 등 수익성 높은 진료 영역에 쏠려 있어, 생명을 다루는 필수분야 의료는 이미 붕괴 상태다. 지역별 의사 수 편차는 더욱 커 서울은 3.15명인 데 비해 강원과 제주는 1.75명, 경북은 1.37명(2020년 기준) 수준이며 그 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의사의 배출 지역과 근무지의 일치도를 조사한 결과 한 지역에서 자라고 공부한 ‘지역인재’들이 그 지역에 남아 근무하는 비율이 의미 있게 높음을 연구·발표했다. 수도권 학생은 지방에서 교육받아도 다시 수도권으로 돌아오므로 전국의 의대에 해당 지역인재의 선발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 있는 내용이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의사제나 지역 공공의대 설립도 논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셋째, 지속 가능한 재정 계획이다. 보건의료는 복지이며 국민을 위한 투자라는 개념 아래 공공병원에 재정 지원이 보장됨과 더불어 지역 민간병원 또한 공공적 책무 이행을 위한 뒷받침이 필요하다. 최근 계획 중인 ‘공공정책 수가’가 공공적 거버넌스를 갖춘 민간병원의 공익적 역할을 고양하게 되기 바란다.

이제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졌지만 선진국이라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지역 격차 없이 형평성 있는 건강을 국민에게 보장하는 나라, 어디에 살아도 믿을 수 있는 병·의원이 가까이 있고 아이들과 노인의 행복한 웃음이 들려오는 나라가 돼야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이제는 실천할 때다.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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