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는 “물처럼 사는 것이 가장 잘사는 삶이다”라고 했다. 노자 철학의 핵심은 ‘무위자연’이다. 생각 없이 살지 말고 물(자연)처럼 살아가라 했다. 즉, 무위자연이란 ‘물처럼 사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노자는 그의 저서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노래한다. 물은 막히면 돌아서 흐르고, 깊으면 채워서 흐른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할 뿐 다투지 않는다(水善利萬物而不爭). 물은 스스로 모두가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處衆人之所惡). 그렇기에 물의 성품은 도와 같다고 말할 수 있다(故幾於道). 물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른다. 거슬러 오르는 법이 없다(居善地). 물은 깊은 연못처럼 고요하고(心善淵), 어질고 선한 사람과 같다(與善仁). 조용하고 도도히 흐를 뿐 말이 선하고 믿음직하다(言善信). 또한 물은 이치를 바르게 다스릴 줄 안다(正善治). 물은 능히 옳은 일을 할 줄 알고(事善能), 스스로 얼 때를 알고 녹아 흐를 때를 알고 있다(動善時).
물은 세상 만물에 생기를 주고 성장하게 하는 자양분이다. 본연의 성질대로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기꺼이 낮은 곳에 머문다. 물은 늘 변화에 능동적인 유연성으로 적응을 잘한다. 둥근 그릇, 네모난 그릇을 가리지 않고 스스로 담긴다. 도가에서는 상선약수처럼 사는 것이 무위자연을 실천하는 것이라 했다. 무위자연은 도가사상의 가장 이상적인 선(善)의 표본이라고 한다. 상선약수는 이 같은 물의 성질처럼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한다. 만물이 자라게 아낌없이 도와주고, 비겁하지 않고 어떠한 상황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삶의 자세를 가리키는 의미로 쓰인다.
지천의 물은 언제나 낮은 곳으로 흐르고 흘러 대양을 이룬다. 바다는 깨끗하거나 더러운 물을 가리지 않고 모두 받아들인다. 엄청난 포용력을 보여준다. 바다는 스스로 태풍을 일으켜 파도를 만들어 밑바닥까지 뒤집어 정화한다. 그렇게 바닷속에 산소와 미네랄을 공급해 생명력이 충만한 물로 거듭나게 한다. 태양은 작열하는 태양열로 물을 기화시켜 구름을 만든다. 바람은 구름을 지구 곳곳으로 운반해 비를 내리게 한다. 빗물은 높은 곳, 낮은 곳, 더러운 곳을 가리지 않고 어느 곳에나 뿌려 준다. 그렇게 차별 없이 만물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이렇게 자연은 스스로 생존하는 법을 알고 있다. 노자는 자연의 이치를 보고 인생을 배우라고 했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다.
철학의 아버지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은 물(水)이다”라고 했다. “세상의 모든 만물은 신으로 가득 차 있다”라고도 했고 “모든 것의 근원은 물이며, 땅은 물 위에 떠 있다”라고도 했다.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은 ‘만물을 구성하는 근본적인 원인 물질’, 즉 ‘아르케(arche)가 무엇일까’라는 것이었다. 탈레스는 그것을 물이라고 말했다. 그전까지 많은 철학자는 자연 현상의 원인을 신의 의지나 변덕 같은 초자연적인 것에서 찾으려 했다. 하지만 탈레스는 신에서 벗어나 그 원인을 자연 안에서 찾으려 했고, 여기에 자신이 생각하는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인간의 사유로 그것을 이해하고자 한 첫 번째 사람이 됐다. 현대에서는 만물의 근원이 양자물리학에서 밝힌 ‘소립자(원자)’라고 하는 것이 맞는 답일 것이다.
복진세 칼럼니스트·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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