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황새들도 우크라 영향

뱁새도 이 새를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진다. 황새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겨울에 한반도를 찾는 철새 중 우두머리다.

▶검은 부리와 첫째 날개깃, 붉은 다리 등이 특징이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 멸종위기 동식물 목록인 적색목록에도 멸종위기 등급으로 지정됐다. 지구촌에 1천~2천500마리 남았다. 녀석들은 매년 10월부터 한반도로 내려와 겨울을 지낸다. 체류 기간은 석 달 남짓이다.

▶요즘 이 녀석들의 보존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와 공동으로 추진해 오던 서식지 보존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러시아와 황새 서식지 보존을 위해 인공 둥지탑을 짓고 이동 경로 등을 공동 연구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 2019년 11월이었다.

▶인공 둥지탑 만들기는 통상 높이 5~20m 나무에 둥지를 짓고 매년 같은 둥지를 재사용하는 황새 습성을 고려한 서식지 보존사업이다. 양국 연구진은 2020~2021년 러시아에 황새가 도래하기 전인 2~3월 인공 둥지탑을 번식지인 연해주에 10곳, 중간 기착지인 두만강 유역에 6곳 설치했다. 국립생태원은 이 사업을 올해까지 시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올해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목을 잡았다. 정부는 코로나19로 러시아를 포함한 전 국가와 지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적용하고 있었는데, 연구진 입장에선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진 상황이어서 현장 방문을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연구진은 올해도 인공 둥지탑 8곳을 조성하고 이소(離巢·새끼 새가 자라 둥지를 떠남)를 앞둔 어린 새에게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 이동 경로 정보를 수집하려고 했다. 하지만 한국 연구진이 러시아를 방문할 수 없게 되면서 내년으로 미뤄졌다. 일정 자체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폐해가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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