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팀의 저지는 집요했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줄기차게 골문을 때리고 위협했다.
▶손흥민(30·토트넘)이 90여분 동안 만든 늠름한 서사(敍事)였다. 28일 밤 카타르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였다. 얼굴을 보호해주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그라운드를 질주했다. 하지만 끝내 세 번째 골은 터지지 않았다.
▶태극전사들은 이날 열린 가나와의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2 대 3으로 석패(惜敗)했다. 손흥민은 우루과이와의 1차전(0 대 0 무승부)에 이어 이날도 풀타임으로 경기장을 질주했다. 전반전 두 골을 내줬다. 이어 후반전 들어 13분과 16분 조규성(전북)이 멀티골을 터뜨리며 만회했지만 한 골을 더 얻어맞았다.
▶그의 아쉬운 패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2차전서 첫 골을 넣지만 2 대 4로 무너졌다.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도 0 대 1로 패했다.
▶4년 뒤 러시아에서도 계속됐다.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0 대 2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만회 골을 터뜨렸으나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세기의 대결로 이어졌다. 3차전이었다. 독일을 2 대 0으로 제압하는 ‘카잔의 기적’을 만들어서다.
▶그는 앞서 이달 초 소속 팀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르다 안와 골절상을 당해 수술받았다. 월드컵 출전도 불투명해지는 듯했지만 얼굴 보호대를 쓰고라도 경기에 뛰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결국 우루과이와의 1차전부터 그라운드로 돌아와 풀타임을 소화했다. 100%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장을 누비면서도 “괜찮다”며 승리에만 집중해 왔다.
▶그의 투지가 찬란하게 빛을 발할 기회는 아직 한 차례 더 남아있다. 확률상 16강 진출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환하게 웃으면서 카타르를 떠날 것이다. 마스크 투혼(鬪魂)은 반드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늘 그랬듯이 말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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