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그럽다. 번데기 과정이 없다. 알에서 직접 애벌레로 자란다. 죽은 나무도 갉아먹는다.
▶흰개미 얘기다. 다리가 짧고 허리는 굵다. 몸 색깔은 투명한 흰색이다. 개미와 다른 점이다. 개미는 여왕이 사회를 이끈다. 하지만 흰개미는 여왕과 왕이 함께 통솔한다. 썩은 식물을 빨리 분해해 자연의 순환을 도와야 해서다.
▶언뜻 보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목조 건축물이나 문화재 등에 대입하면 경우가 달라진다. 한번 침투하거나 습격하면 안쪽부터 목재를 갉아먹어 큰 피해로 이어진다. 최근 학계가 심각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국립문화재연구원은 ‘문화재’ 최신호를 통해 국내 목조건축 문화재 상당수가 이 녀석들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국보·보물급을 비롯해 국가지정 목조건축 문화재 362건(건물 기준 1천104동)을 대상으로 2016~2019년 조사한 결과다. 317건(87.6%)에서 흰개미 피해가 확인됐다. 185건(51.1%)에선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의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탐지견 반응과 육안 조사 등 어느 하나라도 피해가 확인된 대상은 324건(89.5%)에 이른다. 목조건축 문화재 10건 중 9건에서 흰개미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거나 진행 중이다. 문화재청은 2011년부터 목조문화재를 대상으로 흰개미 피해를 전수 조사 중이다.
▶이 중에는 경기도내 목조문화재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는 종합방제대책을 마련했다. 목조문화재에 특화된 방제 약제를 평가하고 기준을 정한 ‘흰개미 약제 인증기준’도 2024년 내놓을 예정이다.
▶문화재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흰개미 서식지부터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목조문화재 주변 환경 정비도 강화해야 한다. 적시에 방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충사업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후손에게 문화재를 온전하게 물려줄 수 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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