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아비규환 그날, 어떻게 잊어요… 시간 흘러도 선명한 악몽

동탄 메타폴리스·이천 투석병원 화재 등 도심 속 불안감 여전
道, 심리상담 유족 위주… 홍보도 부족해 피해자 발굴 어려워
전문가 “간접 외상 우울증상 발생… 지자체, 적극 지원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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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2월4일 오전 11시께 화성시 동탄 메타폴리스 단지 내 상가 건물에 화재가 발생, 4명이 사망했다. 경기일보 DB

참사 트라우마 호소하는 도민들

“하늘을 뒤덮은 시커먼 연기, 비명과 울음이 뒤엉킨 아비규환이었던 당시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14일 오전 10시께 화성시 반송동 메타폴리스 상가 일대. 이곳에선 만난 이주형씨(38·가명)는 지난 2017년 5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메타폴리스 화재를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대피하라는 방송을 듣고 어머니와 함께 부랴부랴 집을 나섰는데 까만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며 “시간이 흘러 잊을 만도 하지만 화재경보기만 보면 그날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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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2월1일 오후 4시37분께 군포시 산본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아파트 주민과 근로자 등 4명이 사망했다. 경기일보 DB

지난 2020년 군포시 산본동 아파트 화재(4명 사망·7명 부상)를 목격한 주민들도 여전히 불안한 감정을 털어내지 못한 채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불이 났던 아파트 앞 동에 살고 있다는 유미진씨(29·가명)는 “그때 아파트가 잿더미를 연상케 할 정도로 까맣게 탔다. 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주민들은 그날의 참사를 또렷이 기억하며 괴로워하고 있다”고 불안한 감정을 내비쳤다.

가장 최근 도심 속에서 발생했던 이천 투석병원 화재(5명 사망·42명 부상) 현장은 처참했던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는 듯이 벽 전체가 까맣게 그을린 채로 남아있었다. 인근을 지나치는 주민들은 당시 기억을 떨쳐버리려는 듯 애써 고개를 돌리며 현장을 외면하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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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5일 오전 10시20분께 이천시 관고동 한 병원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간호사와 환자 등 5명이 사망했다. 경기일보 DB

최근 ‘이태원 핼러윈 대참사’로 전 국민이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짓눌린 가운데 과거 도내에서 발생한 화재 등 대형 사고를 목격한 도민들도 여전히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도에 따르면 도는 화재, 침수 등 사회적 재난을 겪은 이들에게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각종 사건·사고 이후 경기도가 제공한 심리 상담을 받은 건수는 2017년 755건(651명), 2018년 145건(135명), 2019년 387건(249명), 2020년 592건(417명), 지난해 670건(484명)으로 평균 387명이 509건의 상담을 받았다. 올해는 9월30일 기준 1천193명, 1천453건의 심리 상담이 진행됐다.

이같이 심리상담 지원 방안이 마련됐지만 미비한 홍보 탓에 목격자들이 직접 상담을 찾는 경우가 드물다. 더욱이 초기 상담 대상은 사고 현장에 있는 유가족과 부상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적극적인 발굴·추적 상담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 관계자는 “목격자를 직접 찾아 나서 상담을 권유하지는 않고 있다”며 “사고 발생 시 현장에 투입, 유가족 위주로 상담을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동귀 한국상담심리학 회장(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형 사고를 본 사람들은 간접 외상을 호소할 수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상처가 소화되지 않아 무기력, 분노, 우울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지자체가 목격자를 찾아 전화·채팅 상담 등 지속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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