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사라지는 어린이집

회사 주변의 웨딩홀이 몇년 전 노인요양병원으로 바뀌었다. 결혼하는 젊은이들이 자꾸 들어드니 운영이 힘들었을 것이다. 결혼하는 사람이 줄고,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많으니 출산율이 자꾸 떨어진다. 저출산이 심각해지면서 어린이집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보육 최전선을 담당하는 어린이집이 매년 1천900여곳씩 사라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4만238곳이던 어린이집이 올해 8월 현재 3만1천99곳으로 4년8개월 동안 9천139곳 줄었다. 민간 운영 어린이집이나 아파트 단지 내 20명 규모의 가정 어린이집의 폐원이 많다. 국내 영유아(6세 미만 취학 전 아동)는 2017년 145만243명에서 올해 8월 기준 105만4천928명으로 줄었다. 5년 새 39만5천315명(27.3%)이 감소한 것이다.

어린이집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경기도다. 2017년 1만1천825곳에서 2022년 8월 9천495곳으로 5년여간 2천330곳(19.7%)이 사라졌다. 경기도내 영유아는 같은 기간 39만4천882명에서 31만9천88명으로 7만5천794명(19.1%) 줄었다. 수도권이 어린이집 수가 가장 많고 문닫는 곳도 가장 많다. 특히 경기도는 신혼부부의 첫 주거지인 경우가 많아 영유아 보육 수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도 어린이집 감소에 한몫했다. 정부가 코로나 때 만 0~5세 아이를 둔 가정에 월 10만~20만원의 가정양육수당을 지원하면서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가정이 많아진 것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한 해 총 3천237곳의 어린이집이 폐원했다.

어린이집의 내리막길은 20년 전 예고됐다. 한국은 2002년 합계출산율 1.18명으로 초(超)저출산 국가가 됐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규모가 큰 민간 어린이집은 요양원이나 주간보호센터 등 노인 돌봄시설로 바뀌고 있다. 정부가 공공 어린이집을 확충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아이들이 줄어 걱정이라면서, 아이를 보낼 어린이집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니 아이러니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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