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의 인기있는 기호식품 중 하나가 ‘커피믹스’다. 사무실이나 집에서는 물론 나들이 갈 때도 필수다. 경치 좋은 산이나 들, 바닷가에서 마시면 그 맛이 배가 된다.
커피믹스는 1976년 동서식품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한 포장 안에 커피, 프림, 설탕이 모두 들어있는 커피믹스는 한국식 ‘빨리빨리’ 문화의 산물이다. 처음에는 직사각형이었다가, 1987년께 스틱형으로 바뀌었고 1996년에는 설탕도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커피믹스가 국민적 유행이 된 것은 외환위기 때와 구조조정 바람이 불던 1990년대 말이다. ‘커피 타 줄 여직원’이 사라지는 바람에 일정한 커피맛을 보장하는 믹스가 직장을 중심으로 퍼졌다. 골목까지 커피전문점이 생기면서 원두커피를 선호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지만 커피믹스의 인기는 여전하다.
커피믹스는 외국인들한테도 인기다. 커피믹스 맛에 반한 외국인들은 스타벅스 커피보다 낫다고 한다. 때문에 한국 방문기념 선물로 많이 쓰인다. 미국 LPGA 프로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에게 커피믹스를 사다달라고 부탁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대회 때 커피를 많이 마시는 선수들에게 쉽게 타먹을 수 있는 믹스가 ‘딱’이기 때문이다.
달달한 커피믹스가 갱도에 갇힌 사람도 살렸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에 매몰된 광부 2명이 4일 오후 221시간 만에 극적 구조됐는데 커피믹스가 이들의 생존에 기여했다. 지하 190m 지점에 고립됐던 두 사람은 작업 전 챙겨갔던 믹스커피 30봉지를 밥 대신 먹으며 버텼다. 비상식량 역할을 한 믹스커피는 칼로리가 높고 여러 영양소가 포함돼 있다.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 1개는 50kcal다. 나트륨 5mg, 지방 1.6g, 탄수화물 9g, 당류 6g, 포화지방 1.6g도 들어있다. 극한 상황에서 체온을 유지시킬 수 있는 칼로리와 영양소가 들어있던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생환한 광부들에 대해 ‘커피 광고 모델하면 대박일 듯’ ‘꼭 TV에서 광고하는 모습 볼 수 있길’ 하며 믹스커피 광고 모델로 써야 한다는 반응도 있다. 매몰된 광부의 생환에 믹스커피가 도움이 됐겠지만, 더 큰 이유는 삶에 대한 의지였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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