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30일 일요일 오전 4시, 이태원에서 핼러윈을 즐기던 사람들이 150명 이상 사망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도대체 핼러윈이 무엇이기에 이런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는지 알아보기로 하자. 그리고 이런 사고를 막는 방법은 무엇인지도 생각해보자.
핼러윈은 매년 10월31일, 그리스도교 축일인 만성절(萬聖節) 전날 미국 전역에서 다양한 복장을 갖춰 입고 벌이는 축제다. 본래 핼러윈은 켈트족의 전통 축제 ‘사윈(Samhain)’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켈트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 음식을 마련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다. 이때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핼러윈 분장 문화의 원형이 됐다.
19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의 핼러윈은 켈트족의 풍습을 간직하고 있던 스코틀랜드·아일랜드 이민자들이 치르는 소규모 지역 축제였다. 그러나 1840년대 아일랜드 대기근으로 100만명의 아일랜드인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핼러윈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미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핼러윈데이가 되면 각 가정에서는 호박에 눈, 코, 입을 파서 잭오랜턴(Jack-O'-Lantern)이라는 등을 만들고, 검은 고양이나 거미같이 핼러윈을 상징하는 장식물로 집을 꾸민다. 아이들은 괴물이나 마녀, 유령으로 분장한 채 이웃집을 찾아다니면서 사탕과 초콜릿 등을 얻는데, 이때 외치는 말이 ‘과자를 안 주면 장난칠 거야’라는 의미의 ‘트릭 오어 트릿(trick or treat)’이다. 핼러윈의 대표적인 놀이인 트릭 오어 트릿은 중세에 특별한 날이 되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는 아이나 가난한 이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던 풍습에서 기원한 것이다. 이날 학교를 비롯한 곳곳에서 분장 파티가 열리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전통적인 주제나 유명인 혹은 영화 주인공으로 분장하고 축제를 즐긴다.
미국 전역에서 변질된 핼러윈 축제가 무방비로 우리나라로 넘어온 것이 문제였다. 핼러윈은 본래의 의미를 상실한 채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됐다. 핼러윈 축제는 20여년 전 영어 원어민 강사들이 한국에 들여왔다. 미국 유학을 다녀왔던 사람들도 귀국해 주위에 소개했다. 처음에는 미국에서처럼 순수한 형태였다. 그것을 상인들이 받아들여 상업화하면서 지금처럼 클럽에 모여서 밤새워 술 마시고 노는 형태로 변질됐다. 올해 대참사가 벌어진 까닭은 글로벌 팬데믹 사태로 인해 움츠려 있던 상인들이 매출을 올리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 대규모 홍보로 유혹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오랜 기간 괴질로 인해 활동에 제한을 받던 20대들도 모처럼 젊음을 발산하고파 적극 호응했다.
핼러윈데이 이태원 사고는 변질된 상업주의가 빚어낸 어이없는 대참사였다. 해밀톤호텔 옆 골목은 폭이 4m로 매우 좁다. 골목길은 40m 안팎으로 그 많은 사람이 몰려 있기는 턱없이 부족한 공간이다. 이 골목에 있는 한 클럽에서 유명 BJ가 출연한다고 해서 축제객들이 몰려들었다. 전날부터 인파에 떠밀려 다녔다고 한다. 그렇다면 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이 몰릴 것을 예상해야 했고, 업소 및 관계 당국은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제한 조치를 취해야 했다. 이 사고는 예상하고도 대비하지 못한 인재다. 이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엄연한 직무유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희생된 그들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입시지옥에서 살아남은 세대다. 그들은 자유를 즐길 틈도 없이, 곧 입대를 앞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한창 젊음을 만끽할 나이였지만 어른들은 끼를 억누르기만 했지 즐기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이태원을 찾은 그들은 스트레스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을 것이다. 그들에게 사회적 제도가 낳은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그 무엇이 있어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들이 즐길 문화축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들만의 문화를 즐길 수 없는 불행한 세대인 것을 기성세대는 인정해야 한다.
입시지옥에서 벗어난 청소년들이 즐길 만한 축제가 전혀 없다. 이것이 외국 명절에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만의 축제를 마련해 줘야 한다. 그동안 억눌린 감정을 풀고 즐길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놀이마당 등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주고, 상업주의에 물들지 않은 한국인의 문화축제를 만들어 줘야 할 때다.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참사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 이번 참사는 물론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책임이 있다. 하지만 핼러윈 축제에는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사건 전날에도 그런 인파가 몰려 다녔고 또 비슷한 사고가 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행정안전부, 서울시, 용산구청, 용산경찰서 등에서는 미리 사람들을 사고가 나지 않게 안전하게 유도하며 사고에 대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복진세 칼럼니스트·수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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