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을 안다면...

‘내 아들아. 이 세상에 네가 없다니 그게 정말이냐? 하느님도 너무하십니다. 그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난 지 25년5개월밖에 안 됐습니다. 그 아이를 데려가시다니요’. 대한민국 대표 여류 작가 박완서씨는 아들의 죽음에 대성통곡하며 ‘어머니의 일기’를 눈물로 썼다. 그는 ‘큰 딸네 집에서 마음 놓고 통곡할 수 없었기에 글을 쓴다’고 했다. 자신의 지옥 같은 고통을 자녀가 알까 두려운 마음으로.... 자식이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것을 ‘참척지변(慘慽之變)’이라고 한다. 비통함이 너무 처절하고 참담해서 가늠조차 안 되는 참혹한 슬픔이라는 뜻이다. 오죽하면 ‘부모는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을까.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단장지애(斷腸之哀)라고 한다. 말 그대로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이다.

핼러원데이를 하루 앞두고 서울 이태원에서 153명이 압사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참담하고 불행한 일이다. 날이 지나면서 희생자는 156명으로 늘었고 국민의 슬픔은 커졌다. 경기 청년 38명도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부분 2030세대인 데다 중학생까지 희생돼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사연도 가슴 먹먹하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한 사회 초년생, 매일 아버지에게 톡으로 사진을 보내주던 친구 같은 막둥이 딸은 직장 동료들과 참변을 당했다. 생일을 앞둔 아들, 가장 역할을 한 딸, 군에서 휴가 나온 막내, 취업에 성공해 상경한 딸 등 20대 꽃다운 청춘들이 숨도 못 쉬는 고통 속에 숨을 거뒀다. 이들은 부모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아들, 딸이며 누군가에겐 소중한 친구이자 연인, 동료다. 정부는 오는 5일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시도 합동분향소에는 어이없게 세상을 떠난 젊은 청춘을 추도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참사 현장 주변에도 흰 국화꽃 헌화와 묵념으로 또래 친구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누가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을까.. 국가애도기간 동안 우리 사회는 그 어떤 혐오성 발언이나 2차 가해를 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도 정쟁을 멈추고 초당적 협력과 추모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슬픔에 잠긴 국민의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말라.

김창학 정치부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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