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태국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이 되는 해다. 얼마 전부터 태국 정부도 외국인 입국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일상 회복에 속도를 내면서 양국 관계는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마침 경기도가 코로나 이후 첫 번째 유망 시장으로 태국을 택했다. 태국 현지에서 100개사가 넘는 중소기업이 모여 상품전시회도 열었다.
이 같은 대규모 행사는 2019년 이후 단일 지자체로는 전국에서 경기도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참으로 시의적절한 일로 평가된다. 다른 지역보다 태국을 포함한 아세안과 관련해 풍부한 인적·물적 인프라가 조성돼 있는 경기도가 한·태국 양국 간 교량역할을 하는 협력 허브가 될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지금까지 국가 차원에서는 아세안 국가 중 베트남에 대한 관심이 워낙 커 태국의 경제적 중요성은 과소평가되고 있었다. 지난 2년간 한·태국 관계는 물리적 이동을 요하는 인적교류는 코로나로 인해 멈췄지만 경제교류의 핵심인 양국 간 무역은 2021년 최초로 155억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대(對)태국 누적 투자액은 약 38억달러다.
이제 엔데믹을 맞아 인적교류 또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경제협력은 코로나 이전보다 더욱 활성화될 것이 분명하다.한·태국 무역관계는 급속히 성장하고 있지만 태국은 아세안 10개국 중 5위의 무역 대상국이며, 8위 투자 대상국에 머물고 있다. 태국이 아세안 국내총생산(GDP)의 약 16%를 차지하는 아세안 2대 경제 대국인 점을 감안하면 아직 경제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2022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발효돼 한국과 태국의 무역관계가 확대될 수 있는 제도적인 기반은 더욱 강화됐다. 위기 시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글로벌 밸류 체인 다변화’ 측면에서 태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근래 태국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BCG (바이오, 순환경제 및 그린 분야) 이코노미 모델의 4대 핵심 산업인 농업식품, 의료, 에너지 및 창조경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분야여서 활발한 투자 진출도 기대된다.
앞으로 경기도 차원에서 유망 시장인 태국과의 경제협력과 함께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쌍방향 문화교류일 것이다. 양 지역 간의 진정한 협력은 문화교류에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그런 역할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외국인 거주비율이 전국 최다인 곳으로 외국인 노동자나 결혼이민자, 다문화가정 이주민이 제일 많은 곳이다. 쌍방향 문화교류에 경기도가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인 것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간한 ‘2021 한류 파급효과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은 전체 18개 조사 대상국 중 ‘한류대중화단계’로 분류된 6개국 중 하나였고, 전년 대비 ‘한류 고성장 그룹’에 속한 4개국 중 하나였다. 한류가 보편화된 태국과 비교해 경기도에는 다수의 태국인 노동자와 결혼이민자가 거주하고 있으며 태국음식점이나 관광객을 찾아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른바 경기도 속 ‘태류’도 뚜렷한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기도 차원에서 태국 문화 소개를 통해 태국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주위의 태국 노동자와 결혼이민자들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인다면 경기도에 대한 태국의 관심이 자연스럽게 커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결과적으로 경기도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제고해 본격적으로 추진될 태국과의 경제협력 수준을 자연스럽게 한 단계 끌어올려 줄 것이다.
김홍구 부산외대 동남아창의융합학부 전 교수·한-태 소사이어티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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