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방탄과 예의 사이

‘나라(國)를 위한 단 감(枾)은 없었다.’

국정감사 얘기다. 예상대로 경기도민과 경기교육 가족, 경기경찰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제는 도지사도 아닌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위한 ‘단일 국감’이라는 오명만 남겼다. 오죽하면 지난 14일 국토교통위원회에 이어 18일 진행된 행정안전위원회 경기도 국감을 ‘李차 대전’이라고 명명했을까. 또 행안위 국감에서 김동연 도지사는 “왜 자꾸 이재명 얘기만 하냐. 난 김동연이다”라고 외쳤을까. 예상은 한 번쯤 어긋나서 경기도의 발전과 안전, 교육의 초석을 삼는 공론화의 장이 되면 안되는 것이었을까. 답답할 노릇이다

▶무엇인가, 상황 파악도 못한 채 대화를 이어 가다 보면 “쟤는 왜 이렇게 감이 없냐”라는 말을 하곤 한다. 시대적 흐름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각 정당의 논리만 내세우는 ‘감 떨어지는’ 의원들의 수준은 현장에 있는 기자들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국감을 시청하는 국민들에게 실소를 자아내는 것도 모자라 짜증만 유발할 뿐이었다. 수원지검 국감을 지켜보던 후배 기자가 계속 어이없는 웃음을 짓길래 “무슨 일 있어?”라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답변은 “국감이 아니라 코미디 프로 같다”였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라면 예의라도 지켰어야 했다. 맹탕 국감,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 국감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감사 시작 20분 만에 감사 중지를 띄우는 것도 모자라 자신들의 논리만 내세우다 언성을 높이면 정회다. 더욱 가관인 것은 피감 기관이 바뀌었는데 이전 기관에서의 위원장 발언에 항의하며 시작 전에 민주당 의원들이 다 퇴장해 버렸다는 것이다. 경제는 어렵고, 국민 안전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다. 교육은 다시 바로잡아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이를 공론화하라고 세금 줘 가며 일하라고 선출했더니 정쟁만 난무하는 감 떨어지는 판만 만들고 떠났다. 그걸 알아야 할 것 같다. 1년5개월 후 국민들은 냉정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을 말이다.

김규태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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