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구와 연수구 나눠 관리... 민원 제대로 처리 안돼 ‘방치’ 쓰레기 등 무단투기 골머리...“관리권 하나로 조정 시급”
“승기천 산책로를 걸으면 시큼한 냄새가 숨 쉴 때마다 코에서 진동을 해요.”
17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승기천 산책로. 바람이 불면서 썩은 구정물 냄새가 코를 찌른다. 승기천 옆 터 곳곳에 하천으로 이어지는 곳곳의 오·우수관을 지나갈때면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악취가 더 진하게 풍긴다. 한 우수관 앞에는 고인 물 위로 기름띠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특히 산책로 곳곳의 목교, 데크 등의 시설물은 부서져 있고 안내판은 바람에 휩쓸려 기울어져 있다. 휠체어를 운전하고 있던 시민은 울퉁불퉁한 산책로 바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자칫 넘어질 것 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연수구 주민 A씨는 “악취가 마스크를 써도 뚫고 들어올 정도로 심하다”며 “비만 오면 산책로에 물이 차는 것은 물론 안내판도 쓰러져 방치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걷다 보면 고쳐야할 시설물이 많지만, 아무리 민원을 넣어도 고쳐지지 않는다”고 했다.
인천의 대표적인 도심 하천인 승기천에서 악취와 시설물의 관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인천시, 남동구, 연수구 등에 따르면 지난 2010년 9월부터 남동구와 연수구의 경계선인 승기천을 두 지자체가 나눠 관리하고 있다. 연수구는 승기천 수질검사와 준설 작업, 초화류·수목의 유지관리 등을 맡는다. 반면 남동구는 목교와 데크, 분수시설, 등 하천시설물 관리와 불법경작, 무단투기 단속 등을 관리한다.
이처럼 승기천의 관리 주체가 두 지자체로 나뉜 탓에 주민들의 불편은 커지고 있다. 승기천 산책로를 이용하는 연수구 주민들은 불편을 연수구에 제기하지만, 연수구는 관리 주체인 남동구에 다시 이첩하고 있다. 현재 승기천은 남동구의 행정구역에 속해있지만, 인근이 남동국가산업단지다보니 연수구의 주민들이 대부분 이용한다.
연수구 관계자는 “비록 연수구 주민이 시설 파손 등의 민원을 제기해도 남동구에 이첩할 수 밖에 없다”며 “그런데 남동구에 이첩해도 제대로 수리 등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특히 쓰레기나 폐수 등의 무단투기 등에 대한 단속은 할 권한조차 없는 등 승기천의 전체적인 관리 등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남동구 관계자는 “예산 내에서 수리하다보니 시간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며 “민원이 들어오면 곧바로 처리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지역 안팎에서는 이용객이 많은 연수구가 승기천의 관리를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변병설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승기천의 유지 관리가 이원화 상태이면,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산책로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효율적인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당장이라도 두 지자체가 협의를 통해 관리권을 하나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주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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