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평안한 시기에도 위험과 곤란이 닥칠 것을 생각하며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을 미리 파악해 예방한다는 의미로 비슷한 단어로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이 있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대형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때마다 ‘안전불감증’이라는 단어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대표적인 예로 2017년 12월21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가 있다. 이 화재는 안점불감증이 불러온 끔찍한 대형 참사로 29명의 사망자와 36명의 부상자가 나온 안타까운 사고였다. 그중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2층 여자 목욕탕은 다른 층에 비해 인명 피해가 특히 컸다.
문제는 ‘비상구’였다. 화재가 발생하면 탈출로인 비상구로 대피해야 하지만 여자 목욕탕 2층 비상구 통로는 적치물에 의해 사용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잠겨 있어 대피할 수 없었고 주계단은 화재 발생으로 건물 전체가 단선돼 자동문이 멈춘 상태로 사람들이 탈출할 수 있는 통로가 모두 막힌 상태였던 것이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소방시설 폐쇄 및 차단 행위 위반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며, 피난시설, 방화시설 용도 장애 등 위반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해당 건물은 안내 간판이 피난유도등을 가리고 있고, 비상계단으로 가는 곳에 적치물이 쌓여 있어 비상계단과 비상구가 있음을 인식하기 어려웠다. 만약 물건을 보관할 창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비상구 근처에 적치물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안전하게 비상구로 피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재 분당소방서를 포함해 각 소방서에서는 비상구 신고포상제를 시행하고 있다. 비상구 신고포상제란 비상구 폐쇄·훼손 등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 시민의 자발적인 신고를 유도하는 제도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 전국 비상구 신고포상제 신고 건수는 4천129건으로 그중 경기도가 3천67건(74.3%)으로 가장 많았고 신고로 인한 포상금 지급 역시 경기도가 1천건(78.9%)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위의 지표가 시사하는 바는 그만큼 경기도에서 비상구 관련 문제가 많고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생활 속 안전의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안전불감증은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것이 현실이다. 안전불감증이 우리의 생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안전불감증의 주된 원인은 주변에 대한 무관심과 설마 하는 안일함이다.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사고가 나면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사고가 나기 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 이 같은 참사를 막아야 한다.
우리 주변에 아직도 닫혀 있는 비상구가 있다면 전면 개방하고 아울러 비상구에 쌓여 있는 적치물을 제거해 화재에 대비하고 탈출로를 확보해야 한다. 또 다중이용업에 종사하는 관계인은 소방훈련을 통해 직원들의 위기 대처능력을 향상시키고 소방시설 정상 작동을 위한 유지·관리 및 다중이용시설 안전점검표에 의한 정기적인 점검 등 철저한 예방 활동으로 모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동만 분당소방서 재난예방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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