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젊은이가 삼각 돛을 단 범선을 타고 여러 항구를 돌아다녔다. 대항해 시대가 열리던 15세기 후반이었다. 그는 항해술과 먼 바다에 대한 정보 등을 익혔다. 지구 구체설(球體說)에도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더욱 서쪽으로 나아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포르투갈 국왕 주앙 2세에게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영국과 프랑스 왕도 문전박대했다. 마침내 에스파냐의 이사벨 여왕의 동의와 재정 지원을 받아 항해를 시작해 신대륙에 도착했다. 530년 전 오늘이었다.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얘기다.
▶그는 오늘날의 미국을 있게 한 인물이다. 미국은 매년 10월 두 번째 월요일을 ‘콜럼버스 데이’로 기념하고 있다. 1971년부터 연방공휴일로 지정돼 기념일로 운영되고 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의 로비가 의회를 움직였다.
▶요즘 이날을 놓고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외신은 ‘콜럼버스 데이’를 향한 엇갈린 여론으로 미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고민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놓고 민족 간의 시각차 때문이다. 원주민들 입장에선 “비극의 시작이었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이전부터 존재했었다. 하지만 미국 전체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사건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백인 중심의 역사관에 대한 문제 의식이 확산하면서 미국 각지에서 콜럼버스 동상 철거 주장이 터져 나왔다. 시카고는 2020년 콜럼버스 조각상 2개를 철거했다. 볼티모어에선 시위대가 콜럼버스 조각상을 끌어내린 뒤 바다에 던졌다.
▶이탈리아계 미국인들도 대응에 나섰다. 이탈리아계 단체들은 뉴저지와 펜실베이니아 등지에서 콜럼버스 조각상 철거 등에 반대하는 소송을 냈다. 이민으로 비롯된 미국 사회의 민족 간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다. 한때는 ‘아메리카 드림’으로 부풀려졌던 나라의 냉혹한 민낯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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