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5일 이천시 관고동에 위치한 4층짜리 건물 3층에서 불이 났다. 4층에 있는 병원은 순식간에 유독가스와 연기로 가득 찼다. 화재 신고를 받고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33명의 환자가 치료받고 있던 병원으로 진입해 진화에 나섰다. 소방대원들이 병원 안으로 들어갔을 당시, 병원 관계자들은 고령의 환자들을 대피시키느라 분주하고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중 숨진 현은경 간호사(50)도 있었다. CCTV 영상을 보면 4층 신장투석전문병원에 근무 중이던 현 간호사는 유독가스에도 마지막까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대피를 도왔다. 현 간호사는 병상에 누워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투석기와 연결된 튜브를 제거하고 있었다.
대한간호협회는 현 간호사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접하고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했다. 추모관에는 ‘숭고한 이타적 자기희생 정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입니다’ 등 3천여개에 달하는 글이 게재됐다. 현 간호사를 의사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천시는 간호협회와 함께 고(故) 현은경 간호사의 의사자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의사자(義死者)는 자신의 직무가 아닌데도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돕거나 구하다가 숨진 사람이다. 의사자로 지정되면 정부가 관련법에 따라 고인과 유족을 예우하고 지원하게 된다. 현 간호사가 의사자로 지정됐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의사자 지정 절차가 얼마만큼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사이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고 현은경 간호사가 ‘LG 의인상’ 수상자로 결정된 것이다. LG 의인상은 2015년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됐다. 현재까지 LG 의인상 수상자는 총 181명이다.
충분히 대피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투석 환자를 보살피느라 자신을 희생한 현 간호사는 의인(義人)이다. 이제 의사자 지정을 통한 국가적 예우가 남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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