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의미하는 사자성어로 ‘하늘이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란 단어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에게 가을은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커 심장질환으로 인한 돌연사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계절로 심장 건강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계절이라는 것이다.
환절기 심장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낮은 기온일 때 우리 몸의 혈관은 수축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혈액 공급이 줄어든다. 이때 심장은 체온 유지를 위해 심장박동을 강화하게 돼 혈압을 상승시킨다. 따라서 심장의 과부하 때문에 혈관이 자극돼 동맥경화로 혈전이 발생하고 혈관을 막으면 관상동맥에 문제를 일으켜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유발한다. 이로 인해 갑자기 심정지를 일으켜 돌연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성남소방서 심정지 환자 구급출동 통계자료에 따르면 총 1천325건 중 겨울 340건(25,7%), 가을 334건(25.2%), 봄 331건(25.0%), 여름 320건(24.1%) 순으로 가을부터 증가해 겨울에 심정지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통계가 있다.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시간인 ‘골든타임’은 심정지가 발생해 심장박동이 멈추고 산소 공급이 중단돼 뇌사 상태로 전환되기까지 4분 정도의 시간을 말하는데, 이 시간 내 심폐소생술과 자동심장충격기(AED) 적용은 중요한 응급처치 중 하나다.
심폐소생술은 외부에서 압박을 가해 심장을 압축시켜 강제로 피를 순환시킴으로써 산소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조직 손상을 막아주는데 이때 AED를 함께 사용하면 생존율을 4배까지 높일 수 있다.
최근 각종 언론 보도 및 안전교육 등의 효과로 심폐소생술과 AED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그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돼 2008년부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공항과 철도, 공동주택 및 다중이용시설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필수로 설치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에 설치된 AED의 위치조차 잘 모르고 있어 아직은 낯선 것이 사실이다.
성남소방서에서는 심정지 환자의 소생률을 향상시키기 위해 AED가 설치된 건물 출입구와 출입구 주변에 AED 설치 위치와 사용법을 안내하는 위치정보 제공 알림판을 제작 보급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건물 내 관계인은 물론 방문객도 쉽게 AED 위치와 사용법을 확인해 유사시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나의 가족과 이웃이 위급한 상황에 놓였을 때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AED의 위치를 지금 한 번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
박미상 성남소방서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