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결혼 전 작은 공장에 다녔다고 했다. 아버지와 결혼한 뒤 직장을 그만두고 우리 삼형제를 낳고 키우며 전업주부의 삶을 살았다. 1960~70년대 직장에 다니던 여성은 결혼한 뒤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흔했고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설령 결혼하고 회사에 다니더라도 임신을 하면 퇴사하고 전업주부로 삶을 시작했다. 공장 근로자는 물론 교사나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여성이나 은행, 대기업 등에 다니는 이른바 고학력 전문직 여성까지 업종별 차이는 있지만 직장인 여성은 일단 결혼하면 자의든 타의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수두룩했다. 그만큼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경제적 역할보다는 가정의 어머니 역할을 강요하던 시절이었다.
시대는 변했다. 남녀 평등을 넘어 양성 평등, 젠더(사회적 의미의 성) 개념까지 등장한다. 여성들의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며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개념도 나왔다. 경력단절여성은 육아, 가사, 돌봄 등으로 경제활동이 중단된 여성을 말한다. 경력단절여성의 경제 활동 재개를 도와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며 한때 자주 사용했다. 최근에는 ‘경력단절’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자는 움직임까지 활발해 눈길을 끈다.
안양시의회가 여성고용가치를 재정립하는 차원에서 조례를 개정하면서 기존 조례에 있던 경력단절여성이란 용어를 경력보유여성으로 변경했다. 시의회는 최근 ‘경력단절여성 등 경제활동 촉진 조례’를 ‘경력보유여성 등 존중 및 경제활동 촉진 조례’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조금씩 양성 평등의 방향으로 걷고 있는 듯하다. 아직도 여성들은 사회적 약자이고, 여성운동가들은 양성 평등이 아직 멀었다고 말하지만 남녀 차별에서 남녀 평등, 양성 평등, 경력단절여성에서 경력보유여성 개념까지 왔다.
때론 남녀 간 갈등이 격화되기도 하지만 그 역시 우리 사회가 발전해 가는 성장통이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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