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까… 전쟁 같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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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

“새로 부상하는 세력이 굴기(崛起)하여 기존 지배세력의 자리를 빼앗으려고 위협해 올 때 극심한 구조적 긴장이 발생해 서로 원치 않는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고대 그리스 역사학자 투키디데스의 책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 나오는 이 말은 정치학에서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말로 사용하는 용어다.

이 같은 현상이 최근 우리 정치권에서도 표출된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상호 협치는 없고, 여야 간 정쟁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번갈아 집권하는 과정에서 한쪽이 만들어 놓은 정책은 다른 쪽이 집권하면 뒤집어져 없어지고, 국민의 '공감'은 '정파 논리'가 앞서 온 데 간 데 없다. ‘서로 밀리면 끝’이라는 인식의 결과다.

국정은 두 당이 함께 협력해야 유지될 수 있지만 지금 한국은 폭증한 나랏빚, 고물가와 저성장, 사회적 균열과 갈등, 북핵 문제 등 손을 맞잡아도 어려운 문제만 산적해 있다. 그치지 않는 진영 간 공방으로 정치가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우려가 정치 현실로 다가온 것 같아 불길하다.

더구나 국민들은 최근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되는 것과 여당의 가처분 파동, 비속어 논란 등 감흥 없는 권력투쟁을 관전(觀戰)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변호사비 대납과 백현동 및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감사완박 같은 무리한 입법 추진에서도 정치인들이 말하는 '법에 의한 통치' '민생 우선' '국민과 더불어‘ 등의 구호가 얼마나 보잘것없는 허언인지 알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난제는 갈등의 극대화, 사회적 양극화다. 대선 0.73%포인트 차 신승이 보여주듯 우리 사회의 균열은 이미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양극 사이에 소통 또는 인식의 단절이다. 균형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시도조차 용납되기 어렵고, 정치권의 이중성과 내로남불 사례는 차고 넘친다.

역사 속에서 민심을 무서워하지 않고, 광망자대(狂妄自大)하던 권력자들의 패망을 주목해야 한다. 만일 우리 정치가 손안에 쥔 권력에만 심취하고, 현재의 이 길을 계속 간다면 그 피해자는 결국 국민들이 될 것이다.

해가 뜨면 지고 달이 차면 기우는 법이다. 요정을 병 속으로 다시 넣을 수 없는 것처럼 역사는 되돌릴 수 없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누가 이기고 누가 진 것인지는 결론이 난 것이다. 야당의 남아있는 도전은 감정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적 경쟁이어야 한다.

여당도 내홍을 멈추고, 건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듣고 성찰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공정과 상식, 법치와 정의를 주장한 윤석열 대통령의 신선함과 결기를 기대하고 찍은 것이다. 출마 선언 시 그는 공정을 9번, 상식은 7번, 법치는 8번, 정의는 4번을 언급했다.

의문의 여지없이 절대로 다른 길은 없다. 갈수록 불신의 국면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우리 정치도 이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결의가 필요하다. 모든 정치인이 나쁜 비판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정치인은 좋은 일이라고는 단 하나도 한 적이 없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에게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다.

극렬 지지자들이 신호를 받은 사냥개처럼 달라붙어 상대를 만신창이로 만드는 팬덤 정치도 변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뇌피셜’로 국민들을 현혹하며, 헛웃음 짓게 하는 일은 그만 일어나고, 더욱 공고해진 국민의 분열이 치유되기를 기대한다. 정치는 상대를 죽이는 전쟁이 아니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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