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가 아니면 사는 게 힘들 정도니까요. 다른 이유요? 그냥 좋아서죠.”
늘 시작이 어렵다. 새로움 앞에만 서면, 우린 설렘보단 익숙함에 취하려 한다. 결국 첫 발도 내딛어 보지 않은 채 무언가를 지레 포기해버린다.
공교롭게도 최윤정 새솔동 자원봉사 지원단 사무장(60·여)은 우리와는 사뭇 다른 인생을 살고 있다.
날 때부터 누구보다 용감했던 최 사무장은 본인만의 방식으로 매일 새로운 도전을 거듭한다. 그 모습은 마치 세상의 든든한 버팀목 혹은 따스한 햇살을 연상케 한다.
그의 도전이 주로 ‘봉사’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서막은 지난 1995년, 최 사무장이 평택에서 안산으로 이사 온지 5년이 된 시점부터였다.
고작 30대 초반이었지만 그의 시각은 남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모두가 먹고살기 바빴던 바로 그 시기에 돌연 봉사에 눈이 뜨였다.
이에 최 사무장은 곧바로 본오동 새마을 부녀회에 가입,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5년간 환경정화활동이나 반찬 만들기 등의 역할을 수행했다.
2002년부터 2년 동안은 아들 학교 학부모단장을 맡기도 했는데 이 경험을 바탕으로 10여년간 경기도교육청에서 각 학교 학부모단장들을 대상으로 교육 봉사도 펼쳤다.
그럼에도 날이 갈수록 봉사에 대한 열정은 더 커져만 갔다. 무언가 본인 주도 하에 보다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봉사를 펼치고 싶었다.
이를 계기로 최 사무장은 ‘이 세상 모든 걸 사랑하면서 살자’는 의미를 담은 다사랑봉사단도 창립했다. 기획부터 출범까지 모든게 그의 작품이었다.
다사랑봉사단을 통해선 주로 장애인 복지시설과 노인 복지시설 등을 대상으로 청소 및 목욕 봉사를 전개했다. 간혹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갯벌체험 등도 병행했다.
이후 2008년부터 2018년 초까지도 ▲주민자치회 주민자치위원 ▲체육회 이사 ▲새마을회 부녀회장 ▲방범대원 등으로 활약하면서 봉사의 뜻을 이어갔다.
그러던 2018년 3월 우연히 화성으로 이사를 오게 됐다. 처음 살게 된 곳이라 모든 게 낯설었지만 그마저도 최 사무장의 봉사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그렇게 2년여가 지난 2020년 11월께 그는 또 다시 봉사를 시작하기 위해 이웃 20여명과 뜻을 모아 ‘새솔동 자원봉사 지원단’을 꾸렸다.
현재는 사무장으로 추대돼 활동 중이며 ▲환경정화활동 ▲불우이웃 대상 반찬나누기 ▲어르신 대상 식사 제공 등의 봉사도 함께 하고 있다.
이처럼 어느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최 사무장이지만 그녀는 봉사 과정에서 스스로 느낀 부족한 점을 보완코자 자기개발도 겸하는 중이다.
▲자원봉사지도사 1급 ▲노인심리상담사 1급 ▲요양보호사 1급 ▲학교폭력예방상담사 1급 ▲학교안전지도사 1급 등 10여개의 자격증이 그 의지를 증명해준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이화수 전 국회의원과 허성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진춘 전 경기도교육감, 서철모 전 화성시장, 김철민·송진섭 전 안산시장 등으로부터 표창장 등도 수여받았다.
경이로운 건, 최 사무장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가능한 봉사를 펼치기 위해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또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장직 수행과 봉사단 관리·운영 등이 그 예다.
동기는 충분했다. “수년 전 봉사 중에 만난 희귀병을 앓던 아기. 평생 고생만 하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엄마. 저에겐 슬픔으로 남은 모든 것들이 더 봉사하고 싶게 만들어요.”
최 사무장은 “그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거면 된다”며 “그날이 올 때까지 묵묵히 봉사하겠다. 그렇게 조금씩 이곳저곳에 행복을 싹 틔우겠다”고 전했다.
화성=김기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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