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外國語)는 외래어(外來語)와 어떻게 다를까. 외래어는 다른 나라의 말이 들어와 마치 우리말처럼 쓰이는 낱말이다. 네덜란드가 고향인 ‘커피(Coffee)’, 멕시코가 친정인 ‘토마토(Tomato)’,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침팬지(Chimpanzee)’ 등이 대표적이다.
▶발음과 형태, 용법 등이 한국어와 결코 충돌하지 않는다는 게 공통점이다. 설명이나 주석 등 특별한 해석도 필요하지 않다. 외국어라는 의식이 없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곰곰이 따져 보면 딱히 그렇다는 얘기다. 이들 외래어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해온 세월도 벌써 100년 이상 지났다.
▶이런 가운데 요즘 숱한 외국어들이 외래어로 등장하고 있다. 그것도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말이다. 베이비 스텝(Baby Step), 빅 스텝(Big Step),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등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베이비 스텝은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경우다. 빅 스텝은 0.50%포인트, 자이언트 스텝은 0.75%포인트 올리는 정책이다.
▶미국이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선 달리 방법이 없었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앞서 20~21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2.25~2.50%에서 3.00~3.25%로 0.75%p 올렸다. 6월과 7월에 이어 이례적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다. 그만큼 현재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다는 뜻이다.
▶연준은 같은 맥락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5.2%에서 5.4%로 높여 잡았다. 더구나 이런 물가 인식을 고려할 때 다음 달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커졌다.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의 빅 스텝 가능성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0.75%p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장기간 방치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원화 가치도 급격히 떨어져 결국 물가 상승까지 부추길 수 있다. 생소한 외국어들이 순식간에 외래어가 아니라 모국어로 치환되고 있다. 그만큼 지구촌 경제 현실이 만만찮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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