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목적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가장 공통된 답변은 ‘행복’일 것이다. 그러나 과학문명과 경제가 역사상 가장 발달했지만 과연 지금의 인류가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는지 의문이다. 불교, 가톨릭, 개신교, 이슬람 등의 종교를 갖는 것도 행복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역시 앞선 세대에 비해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고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불과 수십년 전에는 매년 배를 주리며 보릿고개를 힘겹게 넘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보릿고개라는 단어를 모르는 이가 더 많을 정도로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런데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선뜻 답하는 이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선진국 여부를 경제적 수치로 가늠하는 국내총생산(GDP)과 달리 ‘행복한 삶’을 기준으로 한 국민총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라는 것이 있다. 줄여서 GNH라고 하는데 1970년대 부탄에서 만든 개념이다. 처음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행복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판단할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지금은 대중화되었다. 2007년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평균행복(Average Happiness), 행복수명(Happy Life Years), 행복불평등(Inequality of Happiness), 불평등조정행복(Inequality-Adjusted Happiness) 등 4개의 세부 항목으로 구분해 세계 각국의 국민총행복지수를 매기고 있다. 이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잘사는 국가가 반드시 GNH가 앞서지는 않았다. 오히려 가난한 나라가 앞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3월에는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 네트워크(SDSN)가 '2022 세계 행복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2년부터 국가 국내총생산(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자유, 부정부패, 관용 등 6개 항목을 나눠 행복지수를 매겨 왔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가장 행복한 국가 1위는 핀란드이며 가장 낮은 순위인 146위는 아프가니스탄이다. 핀란드는 무려 5년째 1위를 차지한 ‘행복한 국가’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59위에 머물고 말았다. 6·25전쟁으로 황폐해진 국가를 가장 빠르게 경제발전을 통해 재건을 이루면서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정작 행복지수는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韓流)로 한국을 부러워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들의 행복지수는 높은 편이 아니다.
그렇다면 행복한 삶은 어떻게 할 때 가능한가? 미국의 남성 건강 미디어 ‘멘즈헬스(menshealth)’가 최근 행복지수가 상위권에 있는 나라들의 ‘비결’을 보도한 내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만족하는 소욕지족(少欲知足), 바깥보다는 내면에 집중하고 성찰하는 명상,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 지인과의 친밀한 관계, 다정한 벗과 따뜻한 차 한잔의 여유와 미소 짓는 삶, 과일과 채소를 우선하는 식단 등이 행복의 비결이며 정도(正道)다.
사실 이러한 삶이 한국인과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작은 위안이 된다. 최근에는 이러한 부분에 관심을 갖고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다행이다.
오봉도일 스님 25교구 봉선사 부주지·양주 석굴암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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