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근대화의 아버지 故 지영희 선생 기념해 2020년 ‘한국근현대음악관’ 개관 노동은 중앙대 창작음악학과 교수 유족 자료 7만점 기증… 소중한 문화재 발굴
근대음악 유산의 도시 꿈꾸는 ‘평택’ 한국근현대음악관
평택시는 지역 대표 음악 명인이자 음악 근대화의 아버지인 고(故) 지영희 선생을 기념하고자 2020년 10월30일 ‘한국근현대음악관(658㎡ 규모)을 개관했다. 한국근현대음악관 설립은 고(故) 노동은 중앙대 창작음악학과 교수의 유족이 노 교수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자료 7만여점을 기증하면서 시작됐다. 노 교수는 항일음악과 친일음악 등 한국 근현대음악을 발굴·연구해왔으며 국악 현대화의 아버지로서 지영희 선생의 숨겨진 업적을 발굴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인연으로 노 교수의 유족은 2019년 2월 그의 자료 7만여점(노동은 컬렉션)을 평택시에 기증했다. 시는 해당 자료의 활용 방안을 두고 ‘지영희 문화관광 사업 활성화방안 연구용역’을 추진해 2018년 5월 해당 용역 결과로 ‘근현대음악 아카이브관’ 조성을 결정하고 가칭 ‘한국민족음악도서관’으로 추진키로 했다. 기증받은 자료를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시는 단순 도서관의 기능을 넘어 기록관이자 박물관의 기능을 갖춘 라키비움으로 만들기로 했다. 노 교수가 기증한 자료를 비롯해 이동백 모흥갑 등 평택지역 음악가 관련 자료를 도서관 콘텐츠와 연구자료 등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 자료열람·전시·체험 가능한 ‘라키비움’
한국근현대음악관은 크게 도서관과 소리홀로 나뉜다. 2층에 자리 잡은 한국근현대음악도서관은 다른 도서관에서 볼 수 없었던 음악 전문 도서를 중심으로 다양한 책을 갖췄다.
평택시도서관 회원증으로 대출할 수 있다. 바이닐 레코드(LP판)로 과거 한국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턴테이블 등을 갖추고 있어 지금까지 쉽게 접할 수 없었던 한국 근현대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3층에는 한국 근현대음악 100년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소리홀이 있다. 지영희 선생이 사용한 양금부터 가수 정태춘의 하모니카까지 평택지역 음악인의 악기를 비롯해 여러 유물을 전시하고 있으며 ‘려창’ 등 근대 시기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그치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개관 기념 공연과 근대음악 렉처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소리홀에서 이뤄지고 있다.
시민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2층에 조성한 ‘토리사랑방’은 창작모임, 문화강좌 등 이용을 원하는 개인이나 단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한국근현대음악관과 별개로 1층에는 ‘지영희국악관’이 있어 지영희 선생의 생애와 업적, 국악 관련 유물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 임시 수장고를 설치해 한국근현대음악관에서 보관 중인 자료 7만여점과 시립박물관 추진을 위해 기증받은 자료 등을 보관하고 있다.
■ 음악강좌·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
한국근현대음악관은 평택지역 음악가와 국내외 근현대음악 자료 등을 콘텐츠로 시민을 대상으로 한 전시,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강연으로는 인문학 강의와 공연을 결합한 ‘렉처 콘서트’를 개최했다. 그간 동학운동과 전통연희패의 관계, 기생 출신 가수 왕수복 이화자와 신민요, 근대기 서양음악의 도래와 홍난파 안기영 등을 주제로 3차례 진행했다.
개관 후 이동백 방용현 지영희 성금연 최은창 이종구 정태춘 등 평택을 대표하는 예인 7인의 악기, 음반 등을 다룬 ‘평택의 예인 특별전’을 개최한 데 이어 권번(기생조합) 출신 예인 장연홍 왕수복 등의 이야기와 엽서, 1929년 평양기생학교 졸업생 9인의 사군자 합작도 ‘묵연’ 등을 공개했다.
현재 대중음악의 출현과 탄생, 발전 등 3개 주제로 학도가(1913년), 이 풍진 세월(1923년), 사의 찬미(1926년) 등 근대기 음악 음원과 사진, 영상 등을 담은 특별전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와 일제강점기 창가집인 ‘근화창가’의 경기도등록문화재 지정을 기념한 기념전 ‘굴레벗은 무궁화는 희어웃도다’를 진행 중이다.
또 개관을 기념해 소장 중인 자료를 바탕으로 도록 ‘한국 근현대음악 100년의 기록’을 발간했으며 미공개 유성기 복각음원 20곡과 평택지역 민속음악을 담은 LP음반 ‘소리역사, 100년의 빛과 혼’을 제작했다.
■ 새로운 한류 음악 중심지 급부상
한국근현대음악관은 국내 근현대음악사 연구와 음악인 협업 지원 등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소장 자료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연구되지 않았던 한국근현대 음악사를 조명하는 데 토대가 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노동은 컬렉션 자료 7만여점 외에도 근현대 시기를 다룬 도서 7천여점을 갖춘 곳은 국내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앞서 시는 한국근현대음악관과 관련해 지난해 5월 한국음악사학회와 공동 주최한 ‘한국근현대음악관의 자료와 평택의 음악 학술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또 노동은 컬렉션 7만여점을 포함해 소장 자료를 목록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디지털 자료 분류체계 개발, 중요 자료 1천점 목록화 등을 추진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 4월 일제강점기에 간행된 애국창가집 ‘근화창가’가 경기도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근화창가는 1939년 조선총독부의 금서 조치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노 교수의 자료를 받은 평택시의 노력으로 문화재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시는 이달 중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중요 자료 3천점에 대한 목록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목록화 과정에서 역사성 희귀성 등 중요도가 높은 자료는 문화재 지정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문승호 시 관광과 주무관은 “새로운 한류 음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평택=최해영·안노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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