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돌발해충’, ‘외래해충’이라는 단어는 이제 어색하지 않게 생활 속에 자리잡힌 듯하다. 2006년 우리나라에 침입한 꽃매미는 돌발해충이라는 교과서적 의미를 부각할 만큼 그 기세가 높았으며, 2009년과 2010년에 침입한 미국선녀벌레와 갈색날개매미충은 지금까지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골칫거리다. 외래해충을 처음 겪다 보니 제때 방제하지 못한 데다, 겨울철 온도가 올라가기라도 하면 이 해충들의 밀도는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곧 돌발해충으로 돌변하게 된다. 마땅한 천적도 없을 테니 돌발해충의 기세는 좀처럼 밀리지 않는 것이다.
해충방제 최일선에서 바쁘게 달려온 지난 20년을 돌이켜보면서 돌발해충의 효율적 방제에 필요한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방제에 앞서 돌발해충의 생태적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해충도 생태적 개성을 갖고 살아가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해충들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 언제 어디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세심하게 살펴보면 이를 통해 해결 방법들을 찾을 수 있다. 좋아하는 것으로 유인하고 싫어하는 것으로 유입을 억제하며, 이동 습성에 맞게 방제 시기와 수단을 결정해야 한다. 수십년 전에 도입된 ‘push-pull’(소위 밀당전략)과 IPM(integrated pest management) 즉 종합적 관리 전략이 여전히 인정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것이다.
둘째, 관습에서 벗어나 탄력적으로 방제에 임해야 한다. 외래해충도 끊임없이 국내 환경에 적응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꽃매미의 경우 2010년 대비 현재 월동알의 부화시기는 15일 정도 빨라졌으며, 같은 시간에 낳은 알들일지라도 열흘 이상의 시간을 두고 하나씩 깨어나는 전략을 쓰면서 떼죽음을 피하고 있다. 북미가 원산지로 여름철 폭염에 불리한 미국선녀벌레는 서늘하고 먹을거리가 많으며 방제 상대적으로 소홀한 산간지로 이동해 생존율을 높인다. 따라서 월동알의 90%가 깨어나는 골든타임까지 기다렸다가 농경지 주변의 산림까지 꼼꼼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해충을 박멸이 아닌 장기적으로 관리한다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188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오렌지와 함께 침입한 이세리아깍지벌레 방제를 위해 원산지인 호주로부터 천적인 베달리아무당벌레를 도입해 성공한 사례에서 보듯, 외래해충 원산지로부터 천적을 도입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천적을 이용한 생물적 방제는 무분별한 방제로 인해 파괴되는 자연을 보호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국가간 교역은 그 기술을 바탕으로 더욱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이 과학의 발달 이면에는 외래해충의 유입과 확산 등 부정적인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있다. 미국선녀벌레가 북유럽에서 선박을 타고 빠르게 국내로 유입됐고, 국내에서는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전국으로 확산했다는 연구 결과는 어찌 보면 예상된 결과다. 이제는 돌발해충의 생태적 특성을 더욱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이를 역공할 수 있는 소위 생태적 무기(ecological weapons)를 준비할 때다.
해충관리를 위해 캠페인과 같은 인문학적 수단으로부터 천적곤충, 유기농업자재, LED, 생명공학, 최첨단 로봇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접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근간은 다양한 분야와 소통하며 준비하는 인적 네트워크일 것이다. 우리가 쏘아 올린 인공위성을 해충 관리용으로 못 쓸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영수 경기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 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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