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파트의 한 가정집에서 어머니가 자녀들 간식으로 식용유를 이용해 감자튀김과 탕수육을 조리한 후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마중해 집으로 들어선 뒤 식용유가 담긴 냄비 위로
작은 화염을 목격했다. 평소 알고 있던 상식으로 채소를 올려놓으면 불이 꺼질거라 생각하고 상추를 넣어보고 마요네즈도 뿌려봤으나 별 효과가 없어 다급한 마음에 집에 있던 분말소화기를 뿌렸다. 하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주방 전체로 화재가 확대되면서 시커먼 연기가 순식간에 집안으로 가득 차올랐고 다행히 아이들과 간신히 밖으로 빠져나올 수는 있었지만 자칫하면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식용유 화재는 기름의 특성상 물과 분말소화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물은 식용유와 혼합이 안 되니 수증기를 타고 화염이 급격하게 확대되고 분말소화기의 경우 분사 압력으로 오히려 화염이 주변 가연물로 옮겨 붙는다.
2021년 경기도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8천169건으로 이 중 1.6%(138건)가 식용유로 인한 화재로 발생 비율이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식용유 화재의 81.2%(112건)가 화재 초기 분말소화기를 사용했음에도 대부분 소화에는 큰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식용유 화재의 효과적인 진화는 질식과 냉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채소나 젖은 수건을 덮는 방법도 질식과 냉각을 동시에 할 수 있지만 이런 방법도 식용유 표면 전체를 동시에 덮지 않으면 효과가 크지 않다.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식용유 화재의 현명한 대처 방법으로 아직은 일반적으로 생소한 화재 소화 성능이 K급인 소화기를 권장한다.
K급 소화기는 비누화 작용으로 막이 형성, 질식 소화되는 동시에 냉각 효과도 있어 식용유 화재는 손쉽게 진압된다.
이제 곧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다. 명절을 준비하면서 전과 부침개 등 튀김 요리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가정뿐만 아니라 음식점 등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K급 소화기로 올 추석 명절에도 안전한 가운데 풍성한 한가위가 되시길 기원한다.
서승현 용인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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