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5일자 경기일보를 통해 파산서원의 고사목이 두 동강 났다는 기사를 봤다.
필자도 현장에서 살펴보니 수백년 갖은 풍파를 겪은 뒤, 임무를 다하고 쓰러진 모습은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측은한 심정이었다.
파산학의 산실인 파산서원의 역사를 안다면 그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이 크다. 1670년에 명재 윤증 선생이 우계서실의 재건을 살피러 왔으니 수령을 짐작하면 이 정도 시기일 것으로 보인다. 고사목은 파산서원과 함께 살아온 셈이다.
느티나무와 은행나무는 서원과 향교의 중요한 역사 콘텐츠로 식재목에 해당된다. 중국에서는 회화나무를 심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학적 공간에 이와 유사한 느티나무를 상징으로 심었다.
파주에서 가장 오래된 수령의 느티나무는 자운서원 사당 앞을 지키는 것으로 500년에 달한다. 우계와 율곡의 도의지교는 두 곳의 느티나무로 이어져 왔지만 그중 하나가 완전히 부러졌다.
이제 죽은 느티나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우리의 선택이 남았다.
작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당장 필요하지 않으면 버린다’라는 식의 접근은 발전 가능성을 스스로 자르는 것이라 했다. 버려야 할지 살려야 할지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닐 테다. 노인 한 명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라 하지 않았는가. ‘죽은 느티나무’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500년 파산서원의 생명을 살리고 기억의 역사를 재생하는 일이니 말이다.
마침 파주시가 파산서원을 율곡 선생의 자운서원처럼 지금의 경기도 관리에서 국가 사적으로 승격하기 위해 종합정비계획을 검토 중이니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시민들의 관심이 절실한 때다.
차문성 금석학 박사·파주문화원부설 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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