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다림과 때

image
정의돌 육영재단어린이회관 사무국장

어느 누구에게든 공평하게 몇 번의 좌절과 몇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좌절에 발목 잡혀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 준비를 잘해 기회를 잡은 사람. 사람의 살아가는 궤적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놓여 있다. 돌아가는 사람, 질러가는 사람, 뛰어가는 사람, 걸어가는 사람 등 선택의 폭은 다양하다. 성공 지향점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행정고시나 사법고시에 합격해 소위 사회에서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그 분야의 정상(Top)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 대부분 자신의 꿈을 꾸고 이루는 자기 주도적인 성취가이기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참모로 보좌 역할을 한다. 흔히 모범생이라 불리며 굴곡(屈曲)없이 평탄하게 살아가는 데 만족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사람들은 큰 좌절을 겪지도 않지만 큰 성취도 얻기 힘들다.

반면 학창시절에 공부는 뒷전에다 사고뭉치로 선생님과 부모님 속을 무던히도 썩이던 사람들이 사회에 나와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이 성공한 이면에는 어떤 숨은 이야기가 있을까? 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보면 자신의 인생에 대한 무게감과 책임을 자각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철없던 애벌레의 껍질을 탈피하지 못하면 영원히 나비로 우화(羽化)하지 못한 채 벌레로 죽을 수 있음을 깨닫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보호망 속에서는 무서운 것 없이 설치던 이들이 제정신을 차려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비상을 한다.

대붕(大鵬) 장자(莊子) 내편 소요유(內篇逍遙遊)에 나오는 상상의 큰 새는 북극 바다의 곤(鯤)이란 큰 고기가 변하여 되는 새인데, 날개를 한 번 펴면 물결을 3천 리나 튀게 하고 9만 리를 올라가며 6개월을 날아야 쉰다. 육도(六韜)병법서를 쓴 주나라 개국공신 강태공은 미끼를 끼우지도 않은 채 곧은 낚싯바늘을 물에 드리우고 80년 동안 낚시를 하며 자신을 알아줄 군주가 오기를 기다렸다.

사람에게는 자신의 특장점이 있다. 공부를 잘해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사람, 모험을 즐겨해 벤처기업을 창업하는 사람, 운동을 잘하는 사람, 글을 잘 쓰는 사람 등 자신의 소질을 잘 살리면 된다. 그리고 기회를 놓친 사람에게는 또 다른 몇 번의 기회가 있다. 이번에 놓쳤으면 다음에 열심히 준비해 잡으면 된다. 조급해 할 일이 아니다. 다 때가 있는 법이다.

정의돌 육영재단어린이회관 사무국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